건축가

요즘 건축가들을 소개합니다.

NOMAL 노말건축사사무소

연재 요즘 건축가

오늘은 ‘평범한 것을 한 끗 비트는’ 건축을 하는 세 명의 젊은 건축가들을 소개합니다. 조세연·최민욱·이복기 세 소장이 이끄는 노말건축사사무소, NOMAL입니다.

사무소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평범하다는 뜻의 NORMAL에서 R 하나를 뺀 이름이거든요. 익숙한 것을 살짝 틀어 낯설게 만드는, 이들의 작업이 딱 그렇습니다. 한쪽엔 경주와 서촌의 한옥이, 다른 한쪽엔 신촌과 강남의 대수선이 있어요.

멀어 보이는 두 일을 같은 태도로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자료를 요청드려 여러분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프로젝트 네 개를 준비했습니다.

무우운, 경주 — 지금의 한옥을 묻다
노말은 ‘한옥’이라는 말부터 의심했습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한옥이 혹시 고정관념은 아닐까. 그래서 시대를 정하지 않고, 지금 지어질 한옥을 생각했습니다.

계획은 마당에서 시작합니다. ‘ㄱ자’ 한옥 두 채 사이로 마당 셋을 나눴습니다. 들어서는 마당, 박혁거세 신화가 깃든 나정을 바라보는 마당, 그리고 남산을 바라보는 마당입니다.

빛은 한지와 삼베문을 지나며 한 번 걸러집니다. 안개와 구름을 닮은 그 빛에서 ‘무우운’이라는 이름이 왔습니다. 객실 끝 욕실은 문을 열면 노천탕이 되고, 낮게 앉힌 욕조는 타일로 만든 현대식 우물입니다.

박혁거세 목욕 설화에서 가져온 장면이죠. 전통을 재현한 집이 아니라, 지금 사람이 머무는 한옥입니다.

두꺼비집, 서촌 — 쌓고 비우다

두바이에 살던 영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의 집입니다. 두 사람에게 한옥은 익숙하기보다 새롭게 마주하는 환경이었습니다. 곰방대처럼 긴 부정형 필지에서, 남향 마당과 대청을 얻기 위해 서쪽으로 진입로를 냈습니다. 카페와 식당이 빼곡한 상업지 한가운데에, 내밀한 주거를 앉히는 일이 과제였습니다.

노말의 답은 ‘쌓고 비우다’였습니다. 사생활을 위해 한 층을 덧쌓고, 누마루와 봉당 같은 빈 곳을 다시 비웠습니다.

봉당은 마루도 온돌도 없이 흙으로 마감한, 골목과 집과 마당을 잇는 사이 공간입니다. 원형 계단을 오르면 북악산과 인왕산이 펼쳐지는 전망대가 됩니다. 우리가 아는 넓은 마당의 한옥은 한쪽 얼굴일 뿐, 좁은 골목에 생겨났다 사라진 도시형 한옥의 미완의 계보에 한 줄을 잇는 작업입니다.

크래커, 신촌 — 기억을 벽으로 남기다
1966년, ‘돌격 건설’을 구호로 외치던 시절에 세워진 건물입니다. 반세기를 지나며 건물은 위태로워졌습니다. 기둥 여덟 개 중 넷이 대지 경계를 넘었고, 본래 2층 위로 3층은 벽돌, 4층은 철골이 젠가처럼 얹혀 있었죠.

새로 짓는 편이 쉬웠지만, 용적률과 용도, 주차 문제로 고쳐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촌은 한때 음악의 동네였습니다. 대학가에 예술가가 모이고 락카페가 밤을 채우던 거리는, 1991년 단속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지나며 창작자들을 홍대로 떠나보냈습니다.

노말은 벽돌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패턴은 음악 비주얼라이저에서 가져왔어요. 낮엔 빛이 안으로 들고, 밤엔 안의 빛이 밖으로 샙니다. 사라진 신촌의 소리를 보이는 무늬로 남긴 셈이겠네요.

콘크리트 샌드위치, 강남 — 더하고 빼는 두 개의 게임
‘더 넓게, 더 높게, 더 싸게.’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용적률 게임’이라 부른 오랜 요구입니다. 여기에 한 줄이 더 붙습니다. ‘하지만 아름답게.’ 금리가 오르고 공사비가 뛰고 현장 기술자마저 고령화되는 2024년, 노말은 이 모순을 두 개의 게임으로 풀었습니다.

더하기 게임으로는, 사선 제한 완화로 생긴 여유를 한 칸도 남기지 않고 채웠습니다. 빼기 게임으로는, 보이는 것을 최대한 덜어냈습니다. 건식 샌드위치 패널 위에 콘크리트를 도자기 유약 바르듯 발라, 철골 건물을 콘크리트 건물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대신 필로티 기둥 틈으로 날것의 H빔을 슬쩍 드러냈습니다. 건축가들이나 알아보고 싱겁게 웃을, 소심한 농담입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인상 깊었나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또 소개가 필요한 건축가들도 추천해주셔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자료제공 : @nomalnotnormal
사진 📸 : 노경 @rohspace, 최용준 @___y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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