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요즘 건축가들을 소개합니다.

acdo architects

아키도형건축사사무소

연재 요즘 건축가

오늘은 ’기억에 오래 남는 건축‘을 하는 젊은 건축가가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를 한곳 소개하려 해요.

김도형 소장이 이끄는 아키도형건축사사무소, acdo architects 입니다.

이들의 작업은 처음 보면 조용한 듯 해요.

강한 장치도, 과장된 조형도 없습니다. 반복과 비례, 재료가 쌓이며 전체가 됩니다. 그래서 한 번에 읽히지 않습니다. 디테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작업들은 계속해서 기억에 남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자료를 요청드려 여러분들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프로젝트 네 개를 준비했습니다.

P&F 사옥 — 경험의 순서를 설계하다

분당의 막다른 골목 끝. 이 대지에서 접근 자체가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오면 정면이 아닌 측면이 먼저 드러나고, 시선이 이동하며 전면에 도달할 때 비로소 건축 전체가 하나의 장면으로 인식됩니다.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순서를 설계한 결과입니다.

입면은 강렬한 붉은 벽돌 하나로 정리됩니다. 여섯 개의 수직 분할, 900mm 구조 프레임, 정확히 배치된 서른 개의 개구부. 각 개구부는 황금비로 설정되어 깊숙이 들어가 있습니다. 빛을 조절하고, 입면에 입체감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벽돌의 스케일과 쌓기의 밀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VI 요가 — 덜어내는 설계

작은 스케일에서도 태도는 같습니다. 천장 조명을 제거하고 자연광과 간접조명만 남겼습니다. 전신 거울도 없습니다. 공간이 사용자를 바깥으로 향하게 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선택입니다.

벽과 천장은 그리드로 균질하게 분할됩니다. 시선이 특정 지점에 고정되지 않고 공간 전체에 고르게 퍼지도록 한 구조입니다. 천장의 별 열아홉 개는 수업이 끝나고 사바사나 자세로 누워 올려다볼 때만 인식됩니다. 행위와 결합된 장치입니다.

쉬즈 사옥, 부산 광복로 — 두 도시를 동시에 상대하다

대지는 40m 대로와 구도심의 경계에 위치합니다. 전면과 후면의 도시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전면은 대로의 스케일에 맞춰 하나의 강한 입면으로, 후면은 작은 박스형 개구부를 반복해 구도심의 밀도에 맞춥니다. 하나의 건물이 두 개의 도시를 동시에 상대합니다.

매스는 단순한 직육면체입니다. 작은 벽돌 유닛을 반복 적층하되, 저층부는 닫고 상부로 갈수록 개구부를 확대합니다. 조망과 프라이버시를 함께 다룬 결과입니다. 1층의 전이 공간이 핵심입니다. 일부 면적을 비워 보행 흐름과 연결하고, 비를 피하거나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임대 면적 대신 도시와의 관계를 선택한 결정입니다.

소만재, 원주 — 삶의 변화에 대응하는 집

쌍둥이 아들과 셋째를 둔 가족. 이 집은 그 성장의 과정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대지 뒤편의 동산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남측에 긴 벽을 두어 중정을 형성합니다. 외부에서는 닫히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자연이 깊숙이 들어옵니다.

법규를 다루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담장 금지 조항은 구조체 벽으로 전환하고, 경사지붕 의무는 옥상 조경으로 풀었습니다. 규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의 조건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실내에서는 긴 천창으로 빛이 깊숙이 들어오고, 주방 통창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담습니다. 자연이 외부 풍경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작동합니다.

이들의 작업에서 공통된 방향이 보인다면, 형태를 먼저 만들지 않습니다. 조건과 맥락, 프로그램을 정리하면 형태는 따라와요, 그래서 건축이 과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비례와 반복, 재료를 통해 질서를 유지합니다.

요즘 건축은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로 자주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아키도형의 작업은 조금은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가까이 다가가고, 시간을 들여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구요.

그 속도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다음 프로젝트를 보며 계속 생각하게 되고 또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인상 깊었나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또 소개가 필요한 건축가들도 추천해주셔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자료제공 : @archdohyung
사진 📸 : 노경 @roh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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