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세계적 건축가 SANAA의 투명한 환영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페리 터미널

연재 카가와·나오시마

건축가 SANAA

지도에서 보기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페리 터미널 · 일본 나오시마

오늘도 카가와현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다카마쓰를 방문하신다면 함께 들르게 되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항에 가까워질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미술관이 아니라 하나의 지붕입니다. 2010년 프리츠커상, 2025년 RIBA 로얄골드메달을 수상한 건축 듀오 SANAA가 설계한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페리 터미널. 예술의 섬을 여는 첫 장면입니다.

거대한 지붕 하나가 바다 옆에 가볍게 떠 있는 장면. 2006년 준공된 이 건물은 예술의 섬을 여는 얼굴과도 같습니다. 그 얼굴은 너무나 투명해서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 된 것만 같다고 표현들 하죠. 지붕은 약 70m×52m, 두께는 단 15cm에 불과합니다. 직경 85mm의 가는 원형 강관 기둥들이 6.75m 그리드로 촘촘히 서서 이 거대한 지붕을 받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기둥은 숲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거의 사라질 듯 가늘게 느껴져요. 구조는 명확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무게가 지워져 있습니다.

이 선택은 SANAA가 일관되게 탐구해 온 ‘투명성’의 연장선입니다. 여기서 투명성은 단순히 유리를 많이 사용하는 미학적 개념이 아닙니다. 세지마 가즈요는 프리츠커 수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길. “우리는 건물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안에 서 있을 때 자연스럽게 주변과 연결되게 하고 싶다. 투명성은 미학이 아니라 관계를 위한 도구다.”

미야노우라 터미널은 바로 그 말의 실현처럼 보입니다. 매표소와 카페, 대합실은 유리 박스로 흩어져 배치되고, 대부분의 공간은 반외부로 열려 있습니다. 페리에서 내려 지붕 아래로 들어서는 순간, 바람이 그대로 스치고 바다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매표소조차 ‘건물 안’이 아니라 ‘바다 위 광장’처럼 느껴집니다. 기다리는 시간도 단절이 아니라 섬과의 연결입니다. 이게 바로 SANAA가 의도한 ‘첫 만남의 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터미널의 의미는 나오시마 전체 맥락 속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이 섬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입니다. 앞으로 소개할 수많은 안도의 건축들은 땅속으로 파고들거나, 무거운 콘크리트로 침묵과 고요를 강조합니다. 빛은 통제되고, 엄격한 질서 속에 있습니다.

반면 SANAA의 미야노우라 터미널은 하늘과 바다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가볍고 투명하며, 경계가 흐려져 있습니다. 한쪽이 ‘침잠’이라면, 다른 한쪽은 ‘환영’에 가깝습니다. 이 대비가 공존하기에 나오시마는 균형을 얻습니다.

구조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벼운 건물이 가능할까 싶지만, 수평하중은 8개의 스테인리스 거울로 마감된 전단벽이 담당하고 있어서, 그 존재감을 잊은 듯합니다. 이 벽들은 구조적으로는 핵심이지만, 표면이 주변 풍경을 반사하며 존재를 지우고 있어요. 구조와 미학이 완전히 일치하는 순간입니다. 건물을 지탱하는 요소가 동시에 건물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배가 떠난 뒤 남쪽 항을 향해 바라보면 지붕 아래에서 수평선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건물은 풍경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프레임이 됩니다. 내부와 외부의 구분은 흐려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였다 흩어집니다. 위계가 없는 공간, 그러나 질서가 있는 공간. 이것이 SANAA가 말하는 관계의 건축인 것 같았어요.

2025년 RIBA 로얄골드메달을 수상하며 SANAA는 “지속가능하고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30년 가까이 일관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야노우라 터미널은 그 언어가 가장 순수하게 드러난 초기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형태로 압도하지 않고, 관계로 설득하는 건축. 다카마쓰에서 출발해, 나오시마에 도착하는 모든 이는 이 터미널을 통해 느끼게 될거에요. 이곳은 안도와 호박이 있는 단순한 미술관이 모여 있는 섬이 아니라, 가벼움과 투명함으로 열려 있는 세계라는 것을요. SANAA의 미야노우라 터미널은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섬의 정체성을 제시합니다.

카가와현 나오시마에 들른다면,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 이 지붕 아래에 잠시 서 보셔도 좋겠습니다. 섬의 경험은 이곳에서 시작되고 마무리 되니까요. 더욱 선명한 경험이 될 겁니다.

*이 콘텐츠는 진에어와 카가와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더 많은 건축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space.text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