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카가와현 다카마츠에 위치한 ’리쓰린공원‘으로 떠나봅니다. 이 아름다운 정원은 관광지를 평가하는 ‘미슐랭 그린 가이드 재팬’에서 최고 등급인 ★★★를 받은 곳입니다. 그 의미는 “일부러 찾아갈 가치가 있는 장소.”란 뜻으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정원이라는 뜻이죠, 실제로 일본의 최고의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구요.
리쓰린 공원의 역사는 17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625년, 당시 이 지역을 다스리던 사누키번의 번주 이코마 다카토시가 별장 정원을 만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642년 번주가 마쓰다이라 가문으로 바뀌면서 정원은 본격적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5대 번주였던 마쓰다이라 요리요시가 약 100년에 걸쳐 정원을 완성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에 가까운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다이묘 정원은 휴식 공간을 넘어서 권력과 문화적 취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는데요, ’리쓰린공원‘ 역시 사누키 번주의 별장 정원으로 사용되었으며, 정치적 손님을 맞이하거나 시와 다도를 즐기는 문화적 공간으로 기능했습니다. 이후 메이지 시대가 되면서 정원은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었고, 오늘날에는 일본 정부가 지정한 특별명승지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이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회유식정원’입니다. 하나의 지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정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장면이 계속 바뀌도록 설계된 정원입니다. 약 75헥타르의 부지 위에 여섯 개의 연못과 열세 개의 언덕이 배치되어 있고, 방문자는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서로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정원의 중심에는 ‘남호(南湖)’라 불리는 큰 연못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 위로 낮게 드리운 소나무, 둥근 다리, 그리고 뒤편으로 이어지는 시운산의 능선이 하나의 풍경을 완성합니다. 자연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풍경을 한폭의 그림처럼 정제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이 풍경의 중심에는 하나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바로 호수 가장자리에 놓인 다실,기쿠게쓰테이(掬月亭)입니다.
게쿠게쓰테이는 에도 시대 초기에 지어진 수키야(数寄屋) 건축 양식의 다실입니다. 리쓰린 공원이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면, 이 건물 역시 그린 가이드에서 2스타를 받은 공간이에요.
이 다실의 특징은 네 방향이 모두 정면처럼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남호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습니다. 다다미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건물이 풍경 속에 떠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만들어 냅니다.
‘게쿠게쓰(掬月)’라는 이름 역시 풍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중국 당나라 시에서 따온 표현으로 “물을 떠올리니 달이 손에 담긴다”는 의미입니다. 호수의 물과 달빛,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을 그대로 이름으로, 또 건축으로 표현한 것이죠.
이 아름다운 공원과 공간에서 말차와 계절 화과자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호수 위에 드리운 소나무와 다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차를 통해 공원의 풍경을 경험으로 완성하는 것 같았어요. 일본 정원이 자연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풍경을 경험하는 방식까지 설계된 공간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는 것도 여실히 경험했구요.
미슐랭 3스타, 2스타 보다 중요한건 이 공간에서의 경험과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는 방문객들의 모습을 보니, 명성이 무색할정도로 저 역시 깊게 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