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일본 대표 건축가의 걸작

카가와현청사 동관

연재 카가와·나오시마

건축가 단게 겐조

지도에서 보기 카가와현청사 동관 · 일본 다카마쓰

오늘도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진에어 @jinair_lj 의 노선을 타고 카가와현 다카마쓰로 떠나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일본 최초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단게 겐조‘의 초기 걸작을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전후 일본이 어떤 미래를 꿈꾸었는지, 건축가의 뜻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공공 건축이에요. 1958년 준공된 카가와현청사 동관은 단게의 초기 작업에서 그의 태도를 가장 또렷하게 읽을 수 있는 행정청사입니다.

전후 현청사 가운데 최초로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후 일본 공공건축의 방향을 제시한 상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죠.

단게 겐조는 서구 모더니즘의 구조적 합리성과 기술 체계를 받아들이면서도, 일본 전통 건축의 공간 질서를 놓지 않았습니다. 후기 작업에서는 더욱 나아가기도 했구요.

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입면에서 ‘벽이 아니라 구조를 전면에 드러낸 것’ 이었어요. 입면을 보면 기둥과 보가 분명하게 읽히고, 수평 슬래브와 발코니의 반복은 강한 리듬을 만듭니다. 이는 국제주의 양식의 수평선이 아니라, 사찰 처마가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내는 깊이와 닮아 있습니다.

특히 삼나무 거푸집을 사용해 콘크리트 표면에 나뭇결을 남긴 선택은 상징적입니다. 가장 현대적인 재료를 통해 목조건축의 감각과 비례를 환기한 것이죠. 전통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전통의 구조적 질서를 현대 재료로 다시 세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일본적이지만 복고적이지 않고, 분명히 현대적입니다.

평면 구성 역시 중요합니다. 단게는 중앙 코어 시스템을 도입해 엘리베이터와 계단, 설비를 중심에 모으고 외곽을 자유롭게 풀어냈습니다. (이후로 많은 공공청사가 이를 차용했다고 해요) 이는 자유 평면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행정 조직은 시간이 지나면 변합니다. 부서가 이동하고 인원이 달라집니다. 건축가는 그 변화를 전제한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전통적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계획을 제시했죠.

이 건물의 가장 급진적인 선택은 필로티 하부공간과 시민들에게 열린 1층입니다. 약 7미터 높이의 필로티 아래에는 집무실이 없습니다. 대신 도시가 스며들 수 있는 빈 공간을 남겼습니다.

전쟁 이전의 관청이 높은 계단 위에 세워져 권위를 드러냈다면, 단게는 건물을 들어 올리고 그 아래를 비웠습니다. 시민은 건물 아래를 통과하고 머물며 그늘을 공유합니다. 권위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강요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남측 정원과 연결된 전면 유리 로비 또한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길을 걷던 사람이 로비를 통과하고, 행정은 도시의 흐름 안에서 작동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야말로 단게의 가장 정치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을 통해 민주주의를 공간으로 드러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로비 벽화, 가구, 조명, 벤치까지 통합적으로 설계된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구마 겐이치로의 벽화와 검지 이사무의 가구 디자인은 건축을 하나의 환경으로 확장합니다. 오늘날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로 이어지는 카가와의 문화적 정체성 역시 이 공간에서 이미 예고되고 있었던 셈이죠.

남측 정원에서 건물을 올려다보면 반복되는 슬래브와 구조 사이로 빛이 천천히 이동합니다. 구조가 곧 스스로의 미학이 되는 순간입니다. 형태로 압도하기보다, 구조의 명확함과 비례의 균형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모습이었어요.

전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고, 서구를 모방하지 않으면서도 세계와 대화하려 했던 건축. 카가와현청사 동관은 그 미묘한 균형을 경험 할 수 있는 건물입니다.

카가와현을 방문하신다면 꼭 들러봐야 할 건축입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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