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카가와현 무레(牟礼)로 떠나봅니다.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예술가 이사무 노구치가 말년에 가장 많이 머물던 작업실+주거 복합 공간을 그대로 미술관으로 만든 곳입니다. 뉴욕에도 노구치 미술관이 있지만 그곳 처럼 도시적 재활용이 아니라, 시골 석조 마을의 산업,전통 건축 요소를 최소한으로 개입해 재구성해 미술관이 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전체 부지는 담장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외부 시선과 소음을 차단해요. (담장 내부로는 사진을 촬영할 수 없습니다.) 이 담장은 경계가 아니라 물결 모양의 건조석담으로, 높이가 1.2m에서 2.1m까지 자연스럽게 변하면서 공간을 구획하고 시선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데요, 이는 노구치가 직접 흙을 깎아 만든 둥근 언덕 지형과 결합되면서 경관 자체가 조각적 유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켄산,야시마 산맥,세토 내해 뷰가 프레임처럼 들어오는데,이 뷰 라인을 의도적으로 계산한 배치라고 합니다.
투어가 시작되면 방문 가능한 이사무야(이사무의 집) 에도 시대 상인 가옥을 마루가메에서 해체,이송해 재건축했다고 하는데요, 노구치가 재설계하면서 다다미,낮은 천장 같은 전통 요소를 유지했지만, 바닥 레벨 차이로 공간을 구분하고, 테이블 위치를 정하거나 창 위치를 조정해 현대적 기능성을 더했다고 합니다. 노구치 커피 테이블과, 이카리 조명이 이곳을 채우고 있었구요. 아쉽지만 창 밖에서만 내부를 볼 수 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벽은 흙,기름,짚으로 마감된 전통 방식 그대로 와비사비 느낌의 거친 질감이 노구치의 미니멀한 조각들과 완벽히 어우러집니다.
옆에 붙은 텐지쿠라(展示倉): 에히메현의 옛 술 창고를 통째로 옮겨왔다고 하는 이곳은 가장 큰 특징은 ’Energy Void‘ (3.6m 검은 화강암) 를 중심으로 건물 자체가 재설계됐다는 점입니다. (문 높이도 해당 조각을 들이기 위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작품의 ’공허‘ 형태가 창고 내부 공간의 빛,그림자,천장 높이와 동기화돼, 건축이 작품의 연장이 됩니다. 노출된 목재 구조,기와 지붕,유리창 패턴이 산업적 과거를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작품 배치로 인해 이 작업을 마주했을때 명상적 경험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야외 조각 정원에는 미완성 돌 150여 점을 의도적으로 흩어 배치되어 있는데요, 돌담이 만든 ’방‘ (Concave) 같은 구역 , 언덕 위 오픈 스페이스, 잔디,모래,자갈..그리고 언덕 꼭대기에는 그의 묘석(”The Gate“)이 서 있구요.
이 미술관의 진짜 힘은 재료의 솔직함과 최소 개입에 있어요. 기존 창고,가옥,석재 마을의 맥락을 존중하면서, 노구치의 손길로 공간의 경험을 격상시키는 힘을 느꼈습니다.
예약제 가이드 투어(약 1시간)로만 들어갈 수 있어서, 사람 적고 소리 거의 없는 그 고요함 속에서 노구치가 꿈꾼 ”공간의 인식이 조각의 본질“이라는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겠습니다.
카가와현, 나오시마로 여행을 가실 때, 건축,공간 그리고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진짜 놓치면 후회할 명소입니다. 추천드립니다.
*예약제, 내부 촬영 제한, 고가임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 콘텐츠는 진에어와 카가와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촬영 불가공간 📸 Photography by Takashi Yasumura for WSJ. Magazine; © 2015 The Isamu Noguchi Foundation and Garden Museum, New York/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