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건희 기증관, 누가 지을까?

제제합건축사사무소

오늘은 이건희 기증관 설계공모에서 만장일치로 당선된 건축사사무소, 제제합건축사사무소(@jejehaap_architects)를 소개합니다.

이건희 기증관(송현동 국립문화시설) 이외에도 다양한 공모전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작업들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는데요, 당선작이 아니더라도 늘 눈길을 끄는 작업을 하고 있어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시간, 기억, 영속성을 주제로 한 네 곳의 계획안입니다.

1.이건희 기증관 ‘시간의 회복’

송현동, 경복궁 옆. 이 땅은 지난 100년 동안 일본식 주택지, 미군 숙소, 장기간 폐쇄 공간이라는 단절의 역사를 겪었습니다.
제제합은 이 대지를 ‘비워진 시간’으로 읽고, 건축을 통해 그것을 복원하려 합니다. 탄화 처리한 국내산 소나무 외피는 단순한 재료 선택이 아닙니다. 불에 그을린 표면은 상처를 상징하면서도 방부성과 영속성을 확보하는 방식이에요.

경복궁의 공간 질서를 연상시키는 중정형 배치는 또 하나의 장치입니다. 3개의 매스를 중정으로 엮어 전통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번역합니다. 특히 인왕제색도 전시관 상부 전망대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인왕산 전경을 한 공간에서 비교하게 하며 “지워졌던 시간의 회복”을 드러냅니다.
이 프로젝트는 화려하기보다, 경복궁 옆에서 과장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전략입니다.

2.서울시립도서관(동대문) 공모 3등안 – TIMELESS SHADE

이 안에서 제제합은 ‘그늘’을 건축 언어로 끌어옵니다. 사라진 집현전의 처마 그림자를 현대 도시 위에 다시 드리우는 방식입니다.

그늘은 보호이자 환대입니다. 한옥을 복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림자’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공간 구조로 전환합니다. 형태보다 감각을 남기며 도서관의 성격을 제안합니다.

3.경주 복합문화도서관 공모 3등안 – IN-BETWEEN SPACE

경주에서는 ‘사이’를 말합니다. 소나무 숲과 건물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내부와 외부 사이.

약 9m의 반외부 완충 공간은 경계를 흐립니다. 완전히 안도, 완전히 밖도 아닌 공간. 이 중간지대가 도시와 자연을 연결합니다. 경주 화강암 개비온과 상부 천창은 ‘천년의 빛’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구조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4.정부대전지방합동청사 입상안 – 한 지붕 아래

여러 기관을 하나의 캐노피 아래 묶습니다. 지붕은 기능을 넘어 공동체의 질서를 암시합니다. 서로 다른 조직을 한 공간에 배치하며 심리적 통합까지 의도합니다.

제제합의 언어를 정리하면
시간을 형태로 번역하고, 사라진 것을 구조로 소환하며, 경계를 흐려 관계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대형 공공 건축은 아이코닉한 외형 경쟁에 쉽게 빠집니다. 하지만 제제합은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형태를 앞세우기보다 장소의 맥락을 먼저 읽고 제안합니다.

설립 2년 차 사무소가 이건희 기증관 같은 프로젝트를 가져간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었을까요? 새로워 보이기보다 오래 남을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진화, 박종대 공동대표는 “감각적 디자인 작업과 서사적 작업의 결합이 제제합의 강점”이라고 말했어요. 다름의 결합이 틀에 갇히지 않는 유연한 사고로 이어진다고요.

빠르게 소비되는 건축 이미지의 시대에, 이들이 제시하는 영속적인 가치는 가능할까요?

2028년, 경복궁 옆에서 또 하나의 시간을 만나겠습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인상 깊었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Credit 📸
이건희 기증관 CG 📸 : @d__norm
동대문 도서관 CG 📸 : @northpoint_official_
jejehaap Architects, Project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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