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샤넬, 상하이에 중국최초의 현대미술 도서관 개관

연재 상하이 건축 기행

지도에서 보기 CHANEL Espace Gabrielle · 중국 상하이

오늘은 상하이 황푸강을 따라 흐르던 오래된 산업지대, 그 안쪽으로 조용히 자리 잡은 새로운 문화적 풍경 속으로 떠나봅니다. Power Station of Art(PSA) 3층, 과거 발전소였던 공간 위에 샤넬이 완성한 Espace Gabrielle Chanel. 중국 본토 최초의 현대미술 전문 공공 도서관입니다.

산업의 구조와 현대미술의 감각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이 공간은 ‘도서관’이라는 기능을 넘어 예술·자료·도시의 흐름이 겹쳐지는 모습을 제안한다고 해요.

PSA는 1980년대 발전소에서 출발했습니다. 황푸강을 따라 화물이 드나들던 산업의 현장. 샤넬과 PSA는 이 유산의 뼈대는 유지하되, 그 위에 현대 예술,디자인,건축이 만나도록 새로운 층을 쌓았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공간적 층위를 더하는 방식이죠.

이 도서관의 상징은 ‘책의 계곡’이라 불리는 흐름입니다. 건축가 사카모토 카즈나리(Kazunari Sakamoto)는 서가를 벽처럼 세우지 않고, 완만한 램프와 이어진 하나의 지형으로 설계했습니다.

천천히 오르내리는 경사, 손에 닿는 목재 서가, 자연광과 간접 조명이 만들어내는 느린 리듬. 이는 도서관 앞을 흐르는 황푸강의 물결과 곡선에서 가져온 영감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산업 구조에 새로운 흐름을 삽입한 장면이죠.

재료와 디테일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철골, 거친 기둥은 공장의 기억을 담고 있고, 그 사이를 채우는 목재 서가와 부드러운 조명은 ‘읽는 행위’를 하나의 풍경으로 확장합니다. 샤넬이 강조한 ‘지식의 흐름, 문화의 지속성’을 건축 언어로 번역한 듯한 인상이었어요.

1,700㎡의 이 층은 현대미술 문서센터(Documentation Center), 300석 규모의 멀티플렉스 극장, 디자인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Power Station of Design 전용홀, 황푸강 전망이 열리는 공용 테라스(약 300㎡) 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자료, 공연, 디자인 연구, 수변의 휴식이 하나의 공공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구성된 구조입니다.

샤넬 컬처 펀드가 PSA와 이어온 협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아시아에서의 첫 대형 문화 프로젝트이자,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넥스트 컬처럴 프로듀서’ 프로그램의 확장이라고 해요 브랜드 후원을 넘어 도시 문화 인프라의 생산 과정까지 관여하는 방식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샤넬이 지류 매거진을 만들기도 하고, 오프라인 행보를 보이는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죠)

샤넬이 상하이에서 보여준 것은 화려한 기념비적 건축 (디올 매장이나, 상하이 루이비통 매장 같이)이 아니라. 과거의 구조를 지우지 않고, 도시의 속도를 존중하며, 그 안에 조용한 지식의 풍경을 새겨 넣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도서관이자 연구 플랫폼이고, 동시에 도시의 산업적 기억과 예술적 흐름이 만나는 새로운 장면을 창출합니다.

풍경 속, 역사를 끊지 않고. 그 사이에서 도서관은 문화의 지속을 기록하는 도시의 지층처럼 자리하게 하는 브랜드의 안목 또한 탁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울에도 이런 공간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을때, 이런 문화적 상징마저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사진

  • 사진 : PSA /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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