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중국 최대의 사립미술관을 상하이가 만든 방식

연재 상하이 건축 기행

지도에서 보기 롱 뮤지엄 웨스트 번드 · 중국 상하이

오늘은 상하이 황푸강 서안, 한때 석탄과 물류의 풍경이 지배하던 도시의 가장자리로 떠나봅니다. 지금 이곳은 ‘웨스트번드’라는 이름 아래, 중국이 가장 전략적으로 밀어붙인 문화도시 실험의 무대가 되었고, 그 출발점 한가운데에 이 미술관이 놓여 있습니다.

2014년 개관한 롱 뮤지엄 웨스트 번드는 중국 최대 규모의 사립미술관 중 하나입니다. 총 연면적 약 3만 3천㎡, 전시 면적만 1만 6천㎡. 하지만 이 미술관을 설명하는 데 숫자는 핵심이 아닙니다. 이 건축이 과거의 산업 풍경을 어떻게 현재의 문화 공간으로 번역했는지가 더욱 화두가 되었어요.

롱 미술관 웨스트번드가 들어선 부지는 원래 석탄 부두였습니다. 현장에는 1950년대에 지어진 거대한 콘크리트 하역 구조물, 이른바 ‘석탄 호퍼’가 남아 있었고, 건축가 류 이춘이 이끄는 Atelier Deshaus는 이를 철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산업유산을 미술관의 중심 장면으로 끌어올립니다.

건축의 핵심은 ‘볼트’ 구조입니다. 기존 지하 주차장의 기둥 구조를 활용해 벽을 세우고, 그 벽들이 위로 퍼지며 아치형 볼트를 형성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내부에는 기둥 없는 거대한 전시 홀이 만들어지고, 천장과 벽은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됩니다. 장식 없이 구조 그 자체가 공간의 표정이 됩니다.

이 미술관의 스케일을 가능하게 한 또 하나의 핵심은 컬렉션입니다. 롱 미술관은 중국의 대표적 컬렉터 부부인 류이첸(Liu Yiqian)과 왕웨이(Wang Wei)의 개인 컬렉션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들이 수십 년간 수집해 온 작품의 가치는 수조 원대에 이른다고 평가받습니다. 1억 7천만 달러짜리 모딜리아니 작품을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로 결제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죠.

컬렉션의 범위도 압도적입니다. 중국 전통 회화와 서예, 송,원,명,청대 고미술, 근현대 혁명 미술, 그리고 장 페로, 안젤름 키퍼, 왕광이, 장샤오강으로 이어지는 중국 및 국제 현대미술까지. 한 시대가 아니라, 중국 미술사의 전체 스펙트럼을 개인 컬렉션으로 꿰고 있다는 점이 이 미술관을 독보적으로 만듭니다.

이 방대한 컬렉션이 있었기에, 롱 미술관은 단기 기획전에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전시 서사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상부는 현대미술을 위한 열린 공간입니다. 높은 천장과 연속된 아치, 자연광이 스며드는 루버 천창 아래에서 대형 설치미술과 조각이 숨을 쉽니다.

반대로 지하로 내려가면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집니다. 낮은 천장, 밀도 높은 화이트 큐브 공간 속에서 중국 전통 회화와 고미술이 전시됩니다. 위는 현재, 아래는 과거. 이 수직적 대비는 롱 미술관이 의도한 시간의 동선이라고 해요.

이 미술관이 또 특별한 이유는 구조나 컬렉션만이 아닙니다.

미술관은 공원처럼 열려 있습니다. 중정은 강변 산책로로 이어지고,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보행 동선은 입장권 없이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은 공원에 속한다”는 류 이춘의 말처럼, 이곳은 도시의 일상 속으로 스며듭니다.

웨스트번드 개발의 맥락에서 보면, 롱 미술관은 랜드마크라기보다 도시재생의 기폭제에 가까웠습니다.

이후 유즈 미술관, 탱크 상하이, 웨스트번드 뮤지엄이 연이어 들어서며 이 지역은 상하이의 대표적인 문화 축으로 성장합니다. 산업지대였던 강변은 이제 걷고, 머물고, 예술을 소비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강연과 어린이 프로그램, 무료 교육 행사 등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꾸준히 만들어 온 운영 방식 역시 인상적입니다.

사립미술관이지만 공공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 태도는, 중국 미술관 풍경에 분명한 변화를 남겼습니다.

롱 뮤지엄 웨스트번드는 건축은 규모가 형태가 아니라 태도라고, 도시는 개발이 아니라 기억의 재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상하이가 왜 오늘날의 상하이가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미술관은 가장 설득력 있는 출발점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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