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디자이너가 직접 다녀왔어요,
오래된 제주 호텔의 변신
맹그로브 제주시티
연재 제주
오늘은 제주도 원도심, 탑동으로 갑니다. 공항에서 차로 15분. 익숙한 관광 동선에서 살짝 벗어난 곳입니다.
이곳에 19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관광호텔이 있습니다. 제주서울관광호텔. 1985년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문을 열어 최대 108실을 운영하며 제주 도심 관광 거점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이후 원도심 쇠락과 함께 오랜 공실을 겪다, 브릭스인베스트먼트와 MGRV의 주도로 2024년 11월 다시 쓰이기 시작했어요. 건물은 유지하고, 그 안의 프로그램을 바꿨습니다.
맹그로브 제주시티
이 변화는 동선에서 가장 먼저 드러납니다. 일반적인 호텔이 1층에 로비를 두고 위로 객실을 쌓는 구조라면, 이곳은 가장 좋은 풍경을 가진 7층 전체를 공용 공간으로 비워두었습니다. 체크인 라운지, 워크 라운지, 캔틴, 루프탑 테라스가 모두 이 층에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따뜻한 내부 공간과 탑동의 바다가 동시에 펼쳐집니다. 가장 가치 있는 층을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객실은 2층부터 6층까지 총 90실. 더블부터 도미토리까지 여섯 가지 타입으로 구성됩니다. 공간은 단순합니다. 화이트와 그레이를 기반으로 합판 가구와 절제된 마감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대신 도미토리를 제외한 모든 객실에 높이 조절 데스크와 인체공학 의자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짧은 숙박이 아니라, 머물며 작업하는 방식에 맞춘 구성입니다.
7층 워크 라운지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고급 업무용 의자 Humanscale의 가구와 듀얼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갖춰져 있고, 모든 좌석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단순 공용 공간이 아니라, 생산과 체류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듭니다.
지하 1층과 1층에는 헬리녹스
인테리어는 과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신 체크인 라운지 바닥이 눈에 들어옵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해체된 기존 호텔 벽체의 파편을 모아 바닥 마감으로 사용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면 이 건물이 가진 시간을 남겨두려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공용 계단 역시 기존 석재 계단 위에 합판을 덧대어 새로운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을 지우지 않고, 현재의 재료와 방식으로 이어갑니다.
리노베이션은 무엇을 새로 만들지보다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판단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40년의 시간을 가진 제주의 시간 위에 지금의 프로그램을 얹고, 도시와 함께 작동하는 방식으로 다시 조직한 프로젝트입니다. 숙박시설이 도시의 흐름을 다시 연결하는 하나의 거점으로 작동하는 사례로 보여집니다. 추천드립니다.
📍 맹그로브 제주시티
제주시 탑동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