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영상

세계적인 건축가가 만든 사무실

1000개의 붉은 항아리가 만든 거리, 상하이 The Roof

연재 상하이 건축 기행

건축가 장 누벨

지도에서 보기 The Roof · 중국 상하이

오늘은 상하이 화이하이루 인근, 프랑스 조계지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황푸구 한복판으로 떠나봅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한국에서는 리움미술관 M2로 잘 알려진 Jean Nouvel의 작업, Henderson Cifi Tiandi – The Roof입니다.

이 건축을 처음 마주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무실 건물’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걸 금방 느끼게 됩니다. 하늘로 치솟는 제스처도 없고, 멀리서 단번에 읽히는 아이콘도 없습니다. 대신 이 건축은 도시의 틈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서서히 강해집니다.

공식적으로는 Henderson Cifi Tiandi 단지 안의 하나의 일부이지만, 이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정확한 단서는 장 누벨이 붙인 별명에 있습니다. 그는 이곳을 ‘1000개의 붉은 항아리가 놓인 거리’, La rue des mille pots rouges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서 ‘1000’은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많음과 연속성을 뜻하는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해요.

The Roof는 이렇게 보면 오히려 사무실 프로그램보다 마당로와 단수이로, 두 개의 도시 가로를 잇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하나의 필지 안에서 두 개의 매스를 분절하고, 그 사이를 덮인 거리로 연결하면서 건물 안으로 하나의 상하이를 끌어들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놓인 이 일대는 과거 프랑스 조계지로, 상하이 특유의 리롱(里弄) 주거 조직이 밀집했던 지역입니다. ‘리롱’은 19세기 후반 화재 방지를 위해 목조 주택을 벽돌로 개량하며 자리 잡은 상하이의 근대 주거 유형으로, 중국 전통 주거와 서양식 도시 주택의 영향이 섞인 골목 중심의 생활 공간을 뜻하는데요,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에서 ‘리롱’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감각을 현대적으로 번역합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높고 좁은 실내 거리가 놓입니다. 외부처럼 느껴지지만 실내이고, 실내이지만 도시의 일부처럼 작동하는 공간으로요.

거리 위를 덮는 지붕 구조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The Roof는 하나의 거대한 지붕이 아니라, 겹겹이 이어진 반투명 차양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아래를 걷다 보면 빛은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채 부서져 내려오고, 비는 스며들 듯 걸러집니다. 상하이의 강한 햇빛과 잦은 비에 대응하면서도, 실내가 외부처럼 느껴지는 이유일 것 같은데요, 장 누벨이 반복해온 ‘통제된 개방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거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한 번, 옆으로 한 번 움직이게 됩니다. 머리 위에는 겹쳐진 지붕의 깊이가 드러나고, 양옆에는 붉은 항아리들이 리듬처럼 이어집니다. 이 붉은 항아리는 The Roof를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그러다 보면 왜 하필 붉은색이었을까라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답은 명시적으로 설명되기보다는, 이 공간을 걷는 경험 속에서 유추하게 됩니다. 붉은 테라코타의 질감은 상하이의 오래된 벽돌과 닮아 있고, 프랑스 조계지의 주거 풍경, 리롱 골목마다 놓였던 생활 화분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데요, 회색 톤의 도시 속에서 이 붉은색은 눈에 띄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이곳에 이미 존재했던 생활의 기억을 다시 상기하게 하는 색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대로 외부 입면은 절제되어 있습니다. 주변 맥락에 맞춘 회색 톤의 파사드와 식재는 배경처럼 물러나 있고, 골목 내부로 들어오면 붉은색과 식물, 그림자가 겹쳐지며 전혀 다른 밀도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장 누벨은 늘 투명성과 반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용하게 말하고, 공간 안에서는 강렬하게 경험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됩니다.

프로그램 역시 이 거리의 개념을 따릅니다. 상부는 사무실, 하부와 지하는 상업과 F&B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경계는 느슨합니다. 카페와 레스토랑, 공공 공간이 거리의 연장처럼 이어지며 업무와 일상은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이곳을 오피스가 아니라 일상의 골목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연면적 약 4만㎡, 높이 약 24m.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이 건축은 위로 드러나기보다 수평으로 강렬하게 스며드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래서 The Roof는 멀리서 소비되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걸어 들어가야 이해되는 곳인 것 같아요.

더 많은 건축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space.text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