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제주의 자연과 호흡하는 빛 뮤지엄✨

유동룡 미술관 | 제주 파빌리온

<제주 파빌리온 프로젝트 : 이 땅을 여끄다> 25.5.2-8.31

연재 제주

건축가 이타미 준

지도에서 보기 유동룡 미술관 · 제주 제주시

오늘은 제주의 빛을 따라 유동룡미술관으로 향합니다.

미술관 입구를 지나기도 전, 길가에 검고 투박한 덩어리가 시선을 끕니다. 아무런 안내도, 설명도 없이 마주한 이 구조물은 처음에는 영화 속 ’모노리스‘나 하나의 벽처럼 보입니다. 단단하게 닫혀 있어 보이고, 내부를 드러내지 않은 채 비스듬히 서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 덩어리 사이로 아주 얇은 틈들이 이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전나무 통목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이 ’제주 파빌리온‘은 빛을 위한 공간입니다.

이 ’제주 파빌리온‘은 유동룡미술관이 기획한 ‘제주 파빌리온 프로젝트: 이 땅을 여끄다’의 일부로 조성되었습니다.

‘여끄다’는 제주어로 ‘엮는다’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공모를 통해 1등으로 선정된 드로잉 웍스의 김영배 소장의 ’빛 뮤지엄‘은 제주의 자연과 땅, 그리고 감각을 엮기 위한 장치를 고안하였네요.

가로 1.2미터, 세로 2.8미터, 높이 3.6미터의 작은 공간. 구축의 방식은 단순합니다. 전나무 통목 하나하나를 일정한 간격으로 적층하고, 그 사이에 12밀리미터의 틈을 남겨 둡니다. 그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바람이 흐르고, 시간의 변화가 미묘하게 스쳐 지나갑니다.

건축가는 의도적으로 빛을 조절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둠을 먼저 만들어두고, 그 어둠 속에서 우연히 들어오는 빛의 존재를 기다립니다. 이는 조명도, 장면도 아닌, 존재로서의 빛을 포착하는 이 순간에서 공간은 하나의 건축 경험이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파빌리온은 눈에 보이는 형태와 장면을 중심으로 전시되지만, 이 파빌리온은 시각이 아닌 촉각과 온도, 냄새와 떨림, 그리고 무엇보다 빛의 밀도를 건축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파빌리온은 이타미 준이 제주에서 구현했던 수(水), 풍(風), 석(石)의 건축적 언어를 해체하고, 그 잔상에 ‘빛’을 새롭게 얹은 변주처럼 의도했다고 하는데요,

구조를 이루는 나무는 돌처럼 무게감을 지니고, 그 사이를 흐르는 공기는 바람의 속성을 띠며, 스며드는 빛은 물처럼 내부를 흘러다닙니다.

그러나 이 파빌리온은 그 어떤 자연도 직설적으로 재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겨진 잔향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외부에서는 무겁고 닫힌 덩어리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섬세하게 열려 있습니다.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구조를 해설하지 않고, 그저 공간에 감각의 떨림을 남깁니다.

그 빛은 매 순간 다르고,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구름과 햇빛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스며듭니다. 물리적 형태는 그대로지만, 공간은 늘 살아 숨쉬네요.

이 파빌리온은 자연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감각을 저장합니다. 전나무의 결, 불에 그을린 표면, 바람이 스치는 틈, 그리고 스며드는 빛. 관람자는 그 안에서 제주를 직접 보지 않으면서도, 제주의 공기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풍석 뮤지엄에 이은 제주의 매력적인 건축 공간을 함께 담아왔습니다.

유동룡 뮤지엄에 방문하신다면 꼭 파빌리온도 함께 방문 해 보세요!

건축 설계 : 드로잉웍스
@drawingworks_architects
@youngbaekim.dw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906-10
⏰ 10:00 – 18:00 (17시 입장 마감 및 매주 월요일 휴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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