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건축계 노벨상 수상자가 만든 바다 위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아부다비

연재 아부다비

건축가 장 누벨

지도에서 보기 루브르 아부다비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오늘은 특별한 손님, 건축 디자이너이자 건축 사진을 함께 찍는 상협님 @s.hyupp 과 함께 아부다비로 떠나봅니다.

바다에 은빛 돔 하나가 떠 있습니다. 지름 180m, 무게는 약 7,500톤. 에펠탑과 맞먹는 구조물인데도 수면 위에 가볍게 얹힌 것처럼 보이죠. 돔을 받치는 지점이 단 네 곳뿐이고, 그마저도 전시동 사이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막의 루브르라 불리지만, 실제로 이 건물이 앉은 자리는 페르시아만 위입니다.

설계자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2008년에 받았고, 흔히 ’빛의 건축가‘로 불리는 거장입니다.

1987년 파리 아랍세계연구소에서 그는 이미 아랍 전통 창살 마슈라비야의 기하학을, 카메라 조리개처럼 작동하는 파사드로 번역한 바 있죠. 한국에서는 리움의 현대미술관 M2가 그의 작업입니다. 부식되는 검정 스테인리스 박스와
판으로 구성한 그 건축입니다.

누벨은 이 미술관을 두고 건물이 아니라 ’예술의 동네‘를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아랍의 메디나와 그리스의 아고라 사이 어딘가, 예술과 삶을 이야기하러 모이는 장소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돔 아래에는 방 하나 크기의 낮은 건물 55채가 흩어져 있고, 그 사이가 골목과 광장이 됩니다. 주목할 점은 높이입니다. 사디야트 섬에는 노먼 포스터, 안도 다다오,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의 프로젝트가 80m 넘는 규모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누벨은 반대로 몸을 낮췄어요. 돔의 정점은 해안에서 30m가 채 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맥락이 없어 보이는 땅에서도 건축은 맥락에 예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인데요, 헬리콥터로 처음 찾아갔을 때 그곳은 다리조차 없는 빈 모래사장이었다고 하죠.

거대한 돔은 8겹입니다. 안쪽 네 겹은 알루미늄, 바깥 네 겹은 스테인리스 스틸. 크기와 각도가 제각각인 별 모양 요소 7,850개가 어긋나 겹치면서, 빛은 무작위에 가까운 패턴으로 걸러져 내려옵니다.

누벨은 이 현상을 ’빛의 비(Rain of Light)‘라 불렀습니다. 야자나무 잎이 겹쳐 만드는 그늘에서 얻은 착상이에요. 사진을 넘겨보시면 같은 돔 아래인데도 컷마다 빛의 패턴이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해가 움직이는 동안 바닥의 별들도 함께 흘러가기 때문에, 이 공간은 머무는 시간만큼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이 거대한 지붕은 장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환경 장치입니다. 직사광을 걸러 그늘을 만들고, 페르시아만에서 끌어들인 바닷물과 함께 공기를 식힙니다. 일 년의 대부분을 걸어 다니기 힘든 도시에서 ’산책이 가능한 야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내부도 균질하지 않습니다. 55채 중 같은 방이 하나도 없어요. 천장고는 낮고 아늑한 곳부터 높고 웅장한 곳까지 다르고, 마감도 어두운 브론즈에서 은빛 대리석까지 달라집니다.

방마다 다른 산지의 돌을 깔고 브론즈로 테두리를 두른 ’스톤 카펫‘, 17가지 패턴으로 성형된 천창 유리가 그 차이를 만듭니다. 코란이 걸린 방과 몬드리안이 걸린 방의 공기가 같을 수 없다는 판단이죠.

전시 역시 지역과 문명별 구획을 해체하고,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12개 챕터로 인류를 관통합니다. 프랑스 13개 미술관에서 온 300점의 대여작이 자체 소장품과 섞이는데, 이 대여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예정이라고 해요.

물가에는 계류용 기둥들이 불규칙하게 솟아 있습니다. 오래전 무언가가 서 있던 폐허 같기도 하고, 앞으로 지어질 증축의 기초 같기도 한 장치예요. VIP는 배를 타고 돔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건물이 아니라, 오래 자라온 도시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산이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다만 ’루브르‘라는 이름을 30년간 빌리는 데 지불된 막대한 비용과, 그 화려한 계약 뒷면에 놓인 이주 노동자 처우 논란 역시 존재합니다. 이 그늘까지 함께 놓고 볼 때, 은빛 천정은 비로소 온전히 읽히는 것 같습니다.

방문하신다면 해가 기우는 오후를 추천드립니다. 갤러리는 저녁에 닫히지만 돔 아래는 자정까지 열려 있어서, 낮의 ’빛의 비‘와 밤의 별빛 돔을 하루에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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