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건축 노벨상 수상자의 클래식 공연장

연재 음악과 건축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 뫼롱

지도에서 보기 엘프필하모니 · 독일 함부르크

오늘은 또 한 번 특별한 손님입니다. 클래식 전문 매거진@classic.magazine_kr 과 함께 공간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함부르크로 떠나봅니다. 독일 함부르크 항구 끝자락, 엘베강이 삼면을 두른 삼각형 반도 위에 오늘 소개할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가 서 있습니다.

1875년 이 자리에는 카이저슈파이허(Kaiserspeicher)라는 네오고딕 양식의 항만 창고가 있었다고 해요. 19세기 함부르크의 랜드마크였던 이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손상되어 1963년에 폭파됐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같은 해 코코아와 차, 담배를 보관하던 새로운 벽돌 창고를 지었지만, 90년대 컨테이너 물류로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이 창고도 비어 있게 됩니다.

부동산 개발업자 알렉산더 제라르가 2001년 ”이 창고 위에 콘서트홀을 얹자“는 아이디어를 헤르조그 & 드 뫼롱에 가져갑니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2001년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 듀오예요.

함부르크 시는 2003년 사업을 인수했고, 2007년 착공, 2017년 1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총 사업비 약 8억 7,000만 유로. 초기 예산 약 7,700만 유로의 열한 배. 13년간 정치적 갈등과 시공사와의 소송이 따라붙은, 또 하나의 유명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원조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있겠네요.)

설계 개념은 단순합니다. 옛것을 부수지 않고 위로 끌어올리는 것. 1963년 벽돌 창고의 외벽 평면을 그대로 살리고, 그 위에 같은 윤곽으로 유리 건물을 통째로 얹었습니다. 가장 높은 지점이 약 108m입니다.

옛 창고와 새 유리 구조물이 만나는 지상 약 37m에는 플라자가 있어요. 콘서트 티켓 없이 누구나 올라올 수 있는 공공 광장입니다. 그라운드 층에서 곡선 에스컬레이터 ’튜브(Tube)‘를 약 4분간 타고 올라가면 흰색 터널을 지나 갑자기 항구가 360도로 펼쳐집니다. 길이 약 82m, 당시 서유럽에서 가장 긴 곡선 에스컬레이터였다고 합니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에 건축이 먼저 연주되는, 일종의 프렐류드인 셈이죠.

지상 50m 위, 그랜드 홀이 있습니다. 약 2,100석. 객석 배치는 빈야드(Vineyard) 방식이에요. 한가운데 무대를 객석이 사방에서 가파르게 둘러싸는, 거의 텐트 같은 형식이라고 하네요. 가장 먼 자리에서도 무대까지 30m 이내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12,500톤짜리 이 홀 전체가 건물 본체와 분리되어 떠 있다는 점이에요. 그 아래에 362개의 거대한 스프링 베어링이 받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항구의 뱃고동, 도시의 진동, 같은 건물 안 호텔과 주거의 생활 소음, 어느 것도 음악을 흔들지 못하게 계획되어 있습니다. 음향적 디커플링(acoustic decoupling) 구조로써 건물 안에 또 하나의 건물이 떠 있는 셈이죠.

벽과 천장이 하나의 표면처럼 이어진 이 마감을 화이트 스킨(White Skin)이라 부른다고 해요. 음향가 야스히사 토요타(Yasuhisa Toyota)와 헤르조그 & 드 뫼롱이 함께 개발한 약 10,000장의 석고섬유 패널이 약 6,500㎡를 감쌉니다. 패널은 모두 다른 형태로 밀리미터 단위로 깎여, 2,100명 어느 자리에 앉아도 같은 밀도의 음이 도달하게 설계됐다고 합니다.

외피를 감싼 약 1,100장의 곡면 유리 패널 중 평평한 것은 한 장도 없다거 합니다. 사실 엘프필하모니는 콘서트홀만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내부엔 5성 호텔, 고급 아파트, 작은 공연장, 레스토랑까지 수직으로 쌓여 있는 복합문화시설의 상징적 사례라고도 불리구요.

개관 첫해, 85만 명이 콘서트를 보러 왔고, 450만 명이 플라자에 올라왔다고 해요. 13년의 공사 기간과 열한 배 부풀어 오른 예산은, 결과적으로 함부르크 항구 전체를 ’컨테이너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다시 쓰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낡은 창고 위에 콘서트홀을 얹는다는 처음의 발상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다른 질문으로 남습니다. 부수거나 보존하는 것 외에, 쌓아올리며, 또 산업유산을 다르게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함부르크로 떠나게 된다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장면이네요.

사진

  • 사진 제공 : Herzog & de Meuron / Elbphilharmonie Hamburg

더 많은 세계적 콘서트홀 공간의 이야기는?

@space.text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