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아닌 도시를 품다, 서울의 사찰들
오늘은 특별하게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절의 모습은 산자락에 자리잡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에 둘러싸인 자연 속의 풍경일 것입니다. 한국의 사찰은 길게 늘어지는 진입 동선, 자연을 액자에 담아내는
그런데 오늘 소개할 세 사찰은 모두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같은
봉은사 — 도시가
794년 창건. 1,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봉은사는 같은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봉은사 일대는 갈대밭과 논이 펼쳐진 완전한 시골이었습니다. 그러나 강남 개발이 시작되며 사찰 주변은 빠르게 아파트와 빌딩으로 채워졌고, 봉은사가 빌려오던 차경의 대상은 산이 아닌 도시가 되었습니다. 사찰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도시가 사찰을 둘러쌌습니다. 그래서 봉은사는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산중 사찰과 거의 같은 배치와 축 그리고 동선을 유지하고 있는, 흔치 않은 도심 사찰입니다.
조계사 — 도시에
종로 한복판, 광화문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조계사는 도시가 먼저 만들어진 뒤에 세워진 사찰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불교의 영향 속에서 흔들리던 한국 불교는 민족 불교를 지킬
길상사 — 도시가
세 번째 사찰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성북동에 자리한 길상사는 원래
봉은사는 도시에 둘러싸였고, 조계사는 도시로 들어왔고, 길상사는 도시 자체가 사찰이 되었습니다. 같은 도심 사찰이지만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다르고, 그래서 공간이 도시와 맺는 관계도 다릅니다.
도시는 계속 변하며 사찰은 그 안에서 천천히 머뭅니다. 앞으로 도심과 사찰이 공존하는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번 부처님 오신날, 이 세 사찰을 한 번씩 천천히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같은 도시에 세 가지 다른 시간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계속 그 시간들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걸음으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사진
- 서울관광재단,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