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한 손님, 공간교과서(@space.textbook)그리고 클래식매거진(@classic.magazine_kr)과 함께 ‘소리’를 위해 지어진 건축으로 떠나봅니다.
서울 서초, 헌릉로의 낮은 언덕에 자리한 오디움(@audeummuseum)은 1877년 유성기 발명 이후 약 150년의 오디오 발전사를 수집·보존·연구·전시하는, 세계 최초의 오디오 박물관입니다. 미술을 위한 미술관, 역사를 위한 박물관은 많지만, ‘소리’ 그 자체를 위해 처음부터 설계된 박물관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해요.
건축은 일본의 국민 건축가 구마 겐고가 맡았습니다. 그의 서울 첫 작품이기도 한데요, 그가 모티프로 삼은 것은 다름 아닌 ‘숲’입니다. 외벽을 감싼 2만여 개의 알루미늄 파이프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시시각각 스며들고, 그 아래에 서면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됩니다. (실제로 방문한 날의 날씨와 시간에 따라 파사드의 표정이 매번 달라지는데, 저는 이른시간의 빛이 가장 아름다웠어요.)
입구가 정면이 아닌 후면에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도시의 삶을 살던 관람객이 숲을 한 바퀴 돌아 들어와, 마지막에 소리를 마주하도록 설계된 동선입니다. 건물에 다다르는 과정 자체가 일상의 소음을 덜어내는 일종의 ‘튜닝’을 거치는 의도라고 해요.
내부로 들어서면 이 건축이 왜 ‘오디오를 위한 건축’인지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전시실 벽은 나무에 단차를 두어 흡음력을 높였고, 지하 라운지의 꽃 형태 기둥은 청음에 유효한 특수 흡음 부직포로 만들어졌습니다. 은은한 목재의 향과 온기까지, 장식처럼 보이는 요소들이 사실은 전부 소리를 완성하기 위한 장치라고 합니다. 일본 디자인계의 거장 하라 켄야가 맡은 비주얼 아이덴티티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소장품인 스피커의 형태에서 출발한 심벌이 정문의 조형물부터 사이니지까지 하나의 언어로 이어지고 있어, 건축물 뿐만 아니라 세세한 디테일 모두 눈이 호강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소장품의 무게감도 상당합니다. 에디슨의 축음기와 오르골부터, 1927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에 사용된 웨스턴 일렉트릭의 혼 스피커, 그리고 유럽 극장을 장악했던 독일 클랑필름의 스피커까지. 특히 웨스턴 일렉트릭의 대형 시스템은 미국 본토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비들이 포함되어 있어, 전 세계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성지로 평가받는다고도 해요.
라운지에는 약 10만 장의 희귀 LP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음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장면 앞에서 발걸음이 한참 멈출 것 같습니다.
개관 전시 ‘정음(正音): 소리의 여정’에서는 이 기기들로 직접 음악을 듣는 청음 체험이 이어집니다. 같은 곡을 서로 다른 시대, 다른 나라의 스피커로 번갈아 들려주는데, 소리의 결이 정말 다르더라구요.
(좋은 오디오를 잘 모르는 저도 차이를 느낄 정도였으니, 클래식 애호가분들께는 어떤 경험일지 감히 상상이 어렵네요😅)
박물관이 목~토 3일만 문을 여는 이유도 인상적입니다. 나머지 4일은 빈티지 기기들의 최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정비의 시간이라고 해요. 전시가 아니라 ‘좋은 소리’가 이 공간의 주인공이라는 뜻이겠죠. 지난해에는 베르사유 건축상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습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음악이 100년 전의 스피커를 통과해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녹음 이전의 시대, 소리가 공간과 분리될 수 없던 시절의 감각을 잠시나마 빌려오는 경험이 될거에요. (예약 창이 열리는 순간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니, 오픈런은 필수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이곳에서 처음 듣고 싶으신가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 오디움 | 서울 서초구 헌릉로8길 6
⏰ 목~토 개관 (일~수 휴관) · 무료 · 사전 예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