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사디야트 아일랜드 문화지구의 중심에서, 매의 깃털처럼 가느다란 특수합금 타워 다섯 개가 모래바람을 거슬러 올라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2010년 처음 설계가 발표된 뒤 오랜 시간을 거쳐 마침내 완공 단계에 접어든 ‘자이드 국립박물관(Zayed National Museum)’은, 그동안 CG와 F+P의 *전시용 모형으로만 접했던 공간이었지만, 2025년 12월 개관을 앞두고 마침내 현장이 공개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진행된 바 있는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전
이 강렬한 외관의 박물관은 노먼 포스터 경이 이끄는 포스터 +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했으며, UAE 건국군주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의 정신과 아부다비의 역사·문화를 기리는 국립 기관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이 건물의 다섯 개 타워(높이 83~123 m)는 자이드가 사랑했던 사냥매의 날개를 형상화한 것이라 전해지지만, 단순한 조형 장치는 아닙니다.
속이 빈 격자 골조는 열 굴뚝(따뜻한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흐르는 굴뚝 효과)을 활용해, 낮 동안 데워진 공기를 위로 배출하고 지면의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를 전시실로 끌어들여 자연 환기와 냉방을 동시에 실현합니다.
이 방식은 아부다비 전통 풍탑인 ‘바르질(Barjeel)’을 21세기 건축과 기술로 재해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오일머니로 부유해지기 전, 오아시스를 따라 떠돌던 유목민의 삶의 방식과 정주환경에 담긴 지혜를 반영 했다고 하는데요, 에어컨 없이도 살아야 했던 아부다비의 전통 주거는 작은 창으로 채광을 최소화하고, 두꺼운 벽으로 단열을 확보했으며, 중정을 통해 바람길을 형성했죠.
박물관의 거대한 100 m 길이의 지붕은 고선명 특수합금으로 덮여 있습니다. 태양빛을 집중 흡수해 지붕의 표면 온도가 80~90 ℃까지 오르면, 상대적으로 서늘한 실내(약 40 ℃)의 공기가 위로 밀려 올라가며 자연스러운 대류 흐름이 형성됩니다.
약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구현한 과거의 기억과 정체성을 단순히 비용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컨셉과 아이디어에서 그칠 수 있는 디자인을 물리적으로 구현해해는 F+P의 역량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 처럼 박물관은 21세기의 재료·구조·설비 기술이 하나로 어우러져, 사막 유목문화의 환경 적응 방식을 동시대 건축으로 재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포스터 + 파트너스는 이러한 전통의 지혜를 다시 공부하며 박물관 곳곳에 새롭게 적용해 나갑니다. 초기 안에 포함됐던 조경이 식재된 지붕은 시공 과정에서 제외되었지만, 대신 인공 언덕 형태의 콘크리트 매스가 저층부를 그늘 아래 숨겨 혹서기의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방식이 활용되었구요
박물관 내부는 두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6개의 상설 갤러리와 1개의 기획전 갤러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1층의 대형 전시실은 선사시대, 환경, 생태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풀어내고, 상부에는 중앙 아트리움을 감싸듯 매달린 네 개의 갤러리가 현대 국가의 형성과 자이드의 리더십, 미래 비전을 제시합니다.
설계를 맡은 포스터 + 파트너스는 “고효율의 현대적 형태와 전통 아랍 디자인·환대 문화를 결합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친근한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자이드 국립박물관은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louvreabudhabi) 에 이어 사디야트 문화지구의 메가 랜드마크가 될 전망입니다.
곧 이어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아부다비 (2026년 개장), 일본 팀랩(TeamLab) 갤러리도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는 비전이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매의 비상을 닮은 금속 지붕과 건축이 기억의 층위를 공중으로 끌어올리듯 이 박물관은 곧 사막 한가운데 새로운 문화 기류를 만들어 낼 것 같네요.
건축설계 : 포스터 + 파트너스
@fosterandpartners
📍Al Saadiyat Island - Cultural District - Abu Dhabi - 아랍에미리트
📍2025년 12월 개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