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시는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도시의 진화 변화의 기술》 발간

저는 건축 서적을 읽는 걸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좋은 책을 만나면 종종 이렇게 소개를 드리곤 하는데요, 오늘도 꽤 묵직한 한 권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를 좋아하고, 건축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곁에 두고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도쿄라는 도시를 떠올려본 적이 있다면, 모리빌딩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거예요.

《도시의 진화 변화의 기술》은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타운 매니지먼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기록한 책입니다. 주민과 사업자, 지권자가 함께 도시를 만들어가는 방식, 그리고 디벨로퍼가 단순히 ‘짓는 사람’이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바꿔온 과정을 차분히 따라갑니다.

이 책이 다루는 도시는 화려한 조감도 속 미래 도시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도쿄의 골목에서 시작해, 현재의 메가시티 개발에 이르기까지. 실제 현장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판단과 시행착오, 그리고 그 이후의 운영이 도시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도시를 단순한 건물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구요.

저자 야베 토시오는 모리빌딩에서 30여 년간 도시 개발을 담당해온 디벨로퍼이자 도시 기획자입니다. ‘문화 도심’이라는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 개념을 회장의 철학과 함께 만들어왔고, 도심 복합 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현장에서 구축해왔습니다.

현재는 ‘더블 로컬(Double Local)’이라는 개념을 통해 도시와 지방이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고요. 이 책이 이론서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모든 이야기가 실제 경험 위에서 쓰였기 때문에 더욱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본문에서는 일본 전국 11개 도시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이케부쿠로는 암시장의 이미지를 벗고 문화의 거리로 재편되었고, 시부야는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기는 ‘놀일터’라는 개념으로 재해석됩니다. 신주쿠는 손에 닿는 비일상성을 도시 차원에서 설계했고, 시나가와는 비즈니스 중심지에서 일과 삶이 공존하는 복합도시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요코하마가 왜 8년 연속 살고 싶은 도시로 꼽혔는지, 가와고에의 전통 상점가는 어떻게 디벨로퍼의 직접 개입 없이도 타운 매니지먼트를 통해 부활했는지도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다치카와, 지노, 가미야마처럼 도쿄 외곽과 지방 도시의 사례는 ‘도시의 크기’가 아니라 ‘운영의 방식’이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요. 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이 ‘에리어 플랫폼’입니다. 새로운 마을 만들기를 시작할 때, 디벨로퍼·주민·지역 단체·행정이 함께 모여 도시의 미래와 과제를 논의하는 장입니다. 도시를 한 번에 바꾸기보다, 관계를 설계하고 도시를 유기체처럼 흐름을 유지하는 방식을 소개해요.

일본의 디벨로퍼들이 도시를 ‘짓는 존재’가 아니라 ‘진화시키고 운영하는 존재’로 정의해왔다는 말이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갖습니다.

‘영화를 찍듯 도시를 개발하라’는 말 역시, 건축적 연출이 아니라 이야기와 시간의 축적을의미합니다.

이 책은 도시를 숫자와 지표로만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과 역사, 문화와 운영의 결까지 함께 바라보게 만드는 기록이기에 더욱 재밌게 읽었습니다. 도시 개발과 재생을 고민하는 디벨로퍼와 공공부문, 정책가, 기획자는 물론이고, 도시를 좋아하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도쿄라는 도시는 늘 ‘완성된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집요하게 실험을 반복해온 도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모리빌딩이 도쿄 곳곳에서 보여준 태도 역시,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관리하고 관계를 운영하는 일이었습니다.

《도시의 진화 변화의 기술》은 일본 디벨로퍼들이 도시를 어떻게 ‘완성’이 아니라 ‘진화’의 대상으로 다뤄왔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시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 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전략적인 시선이 필요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Ps. 썸네일은 모리빌딩이 개발한 “아자부다이힐스”의 ‘자누’호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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