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영상

세계적 건축가가 그린 도쿄대의 건축

도쿄대학대학원 정보학 • 후쿠타케 홀

연재 도쿄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지도에서 보기 도쿄대학 후쿠타케 홀 · 일본 도쿄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쿄대학교는 복구 과정에서 ‘우치다 고딕’ 양식의 건물들로 다시 세워졌습니다. 야스다 강당과 중앙 도서관 등은 중세 유럽의 학문적 권위를 반영하며, 도쿄대 혼고 캠퍼스의 정체성을 형성했다고 하는데요.

이 교정에서 2008년 도쿄대학 창립 13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후쿠타케홀은 이와 대조되는 현대적 건축 언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입니다.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다 처음 만난 이 건물의 특징적인 요소는 길이 100m, 높이 15m의 노출 콘크리트 벽, 일명 ‘생각하는 벽‘ 입니다. 일반적으로 벽은 공간을 분리하고 소통을 차단하는 장애물로 인식되지만, 안도 다다오는 이를 “학문 간의 경계”로 재해석하며, “창의성은 벽을 넘을 때 탄생한다”는 생각을 반영해 이 벽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학문적 사유를 촉진하는 장치로 의도했다고 합니다. 또한 안도는 벽이라는 건축요소를 통해 의도된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는것으로 유명하죠.

’생각하는 벽‘은 안도만의 폐쇄적이지만 의도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첫번째로 도로변의 혼잡한 풍경을 차단해 내부의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두번째로 벽 상단의 틈새를 통해 외부의 움직임(차량, 보행자)을 은은하게 실내로 유입해, 마치 프레임 속 영상처럼 일상의 풍경을 추상화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벽 위로는 은행나무와 하늘이 자리해 계절의 변화가 실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습니다. 또한, 동쪽 면을 전체 유리로 마감해 주변의 하늘을 반사시킴으로써, 생각하는 벽 내부에서 마치 가로수길을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네요.

안도는 이 건물에서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 성취했습니다. 첫째로는 “폐쇄성을 통한 집중”입니다. 창문을 북동향으로 배치해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차양을 길게 빼서 차분한 빛만을 받아들이도록 설계해 내부 학습 공간의 몰입도를 높였구요,

두번째로는 “최소한의 자연 연결”을 의도합니다. 틈새와 유리 반사를 통해 외부 풍경을 편집해 보여줌으로써, 자연과의 교감을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방해 요소를 최소화했습니다. 이는 안도의 종교 건축에서 자주 등장하는 ‘차폐된 빛’ 기법과 유사함을 알 수 있네요.

또한 안도는 교토의 산주산겐도의 축선과 리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산주산겐도의 긴 회랑이 1001관의 관음상을 배치하며 공간적 흐름을 형성하듯, 후쿠타케홀 역시 길이 100m의 벽과 평행한 슬래브 지붕 사이의 틈과 도열된 은행 나무를 통해 이러한 구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합니다.

건물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되었지만, 지하까지 확장된 공간과 건물 본체에서 독립된 벽의 배치가 복합적인 공간감을 창출하는데요, 이는 일전에 소개해드린 오모테산도 힐즈와 마찬가지로 건물의 높이를 주변 수목보다 낮게 조절해 주변 환경을 지배하는 규모의 건물로 만들려고 하지 않은 의도로 보여집니다.

또한 안도의 건축은 대부분 외부로는 닫혀 있으나, 내부에서는 빛과 공간의 흐름으로 역동성을 창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후쿠타케홀도 역시 도로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폐쇄성”을 택했지만, 틈새와 반사된 풍경을 통해 외부와 미묘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치 종교 건축의 정적 명상성과 현대 공간의 기능성을 결합한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안도는 흔히 연못이나 물길을 활용해 정적 공간에 생동감을 더하지만, 후쿠타케홀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배제했는데요, 대신 유리 파사드에 반사된 은행나무와 하늘의 움직임이 마치 물결처럼 변주하며,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후쿠타케홀의 ‘생각하는 벽’은 학문적 경계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고 하는데요, 벽 뒷편 지하 공간이 기존 캠퍼스와 시선의 교류도 학문 간 융합과 소통을 촉진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후쿠타케홀은 안도의 대표적 건축 언어들을 집약하며, 학문적 공간의 정체성을 구현한 작업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건물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경계’와 ‘창의성’,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사유하도록 유도합니다.

마치 안도의 대표작 빛의 교회가 신성함을 빛으로 표현했다면, 후쿠타케홀은 학문의 숭고함을 콘크리트와 틈새로 구현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도쿄대 캠퍼스 한편에 자리한 이 건물은 고전과 현대의 경계에서, 건축가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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