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소식

건축가가 제안한 구름같은 건물

티라나 파운틴 플라자

건축가 BIG

지도에서 보기 티라나 파운틴 플라자 (리니아 공원) · 알바니아 티라나

오늘은 알바니아 티라나, 리니아 공원으로 떠나봅니다.

BIG(비야케 잉겔스 그룹) @big_builds 이 이곳에 들어설 복합시설 ’티라나 파운틴 플라자(Tirana Fountain Plaza)‘ 설계공모에 당선됐다는 소식이 지난 12일 공개되었습니다.

오피스와 주거, 호텔, 문화공간이 한 덩어리에 담기는 프로젝트인데요. 렌더링을 보면 구멍이 뚫린 하얀 원반들을 겹겹이 두른 건물이 가느다란 흰 기둥 위에 떠 있습니다. 비야케 잉겔스 @bjarkeingels 는 이걸 ’공원 위를 떠다니는 집들의 구름‘이라고 설명하더라구요. 스카이라인에서 눈길을 끌려는 타워가 아니라 공원 위에 머무는 구름을 그렸다는 이야기죠. (BIG 특유의 한 줄 설명은 여전하네요.)

핵심은 땅을 비우는 선택이에요. 건물을 위로 들어 올려 지상층은 거의 그대로 공원으로 남기고, 양 끝의 곡면 볼륨 두 개만 주름진 유리로 감싸 땅과 연결하는 구성입니다. 유리 입면을 따라 늘어선 흰 원반들은 밖에서는 외피가 되고, 안에서는 빛을 걸러 실내 풍경을 만드는 장치가 되구요.

덕분에 지금보다 공원과 공공공간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게 BIG의 설명입니다. 구름처럼 아래에 그늘을 드리워 여름 공원의 열기를 식힌다고도 해요.

물도 이 프로젝트의 큰 주제입니다. 대지에는 현재 타이완 센터라는 레스토랑 단지와 ’타이완 풀‘이라는 수공간이 있는데, 이 수공간은 그대로 보존한다고 해요. 빗물을 모아 저장하고 다시 쓰는 순환 구조를 갖추고, 주변 정원에 물을 대 일대의 침수 위험을 줄이는 계획도 담겼습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장면, ’거꾸로 된 분수‘입니다. 물이 땅에서 솟는 대신 위에서 떨어지는 구조로, 여름 소나기나 가을의 가랑비 같은 풍경을 만든다고 하네요.

건물을 뒤집어 띄우고, 분수마저 뒤집은 구성인데요. 이 뒤집기가 공원을 걷는 사람에게 어떤 감각으로 다가올지가 이 계획의 진짜 승부처라는 생각이 듭니다. (파운틴 플라자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온 것 같구요.)

티라나는 요즘 세계 건축가들의 실험장이 되어가는 도시죠. 바로 근처에서는 MVRDV가 옛 피라미드를 문화시설로 고쳤고, BIG도 보타이 모양의 국립극장을 짓고 있구요. 근교 언덕에는 종교 간 파빌리온 단지까지 계획 중입니다. (국립극장은 1930년대 원래 극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반대 시위와 체포까지 있었던 사업이기도 하죠.)

한 도시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스타 건축가들의 이름이 쌓이는 장면은 흔치 않은 것 같아요. 거기에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이 더해지는 소식입니다.

다만 솔직한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CG로는 정말 대단한데, 실제로 지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저 세장한 기둥들 위에 주거와 호텔, 오피스를 통째로 올리려면 설비 코어와 피난 동선, 구조 부재의 두께가 렌더링처럼 가늘게 남아 있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과정에서 공원이 정말 지금보다 넓어진 채로 남을지도 준공 후에 다시 봐야 할 문제구요. 자연스럽게 떠오른 건 헤르조그 & 드 뫼롱의 모스크바 ’바다예프스키 양조장‘ 프로젝트입니다. 19세기 양조장 건물들 위로 35m 높이의 가느다란 기둥 다발을 세우고 그 위에 주거동을 띄운 계획인데, 2018년 공개된 뒤 서쪽 동이 올해 들어서야 사용 승인을 받았고 동쪽 동은 아직 공사 중이라고 하네요. (렌더링이 실물이 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리고 있구요.)

조감도만으로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으니까요. 알바니아의 자본과 시장이 이 구름을 어디까지 받쳐 줄지, 저도 계속 지켜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이 ’구름‘, 어떻게 보이시나요?

사진

  • BIG / Engram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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