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몰라도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오늘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도시 입구를 지나는 B14 도로변, 운터튀르크하임에 은빛 곡면의 건물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바로 옆으로는
5년의 설계와 공사를 거쳐 2006년 5월 19일 문을 열었는데요. 같은 해 독일 월드컵에 맞춘 일정이었죠. 콘크리트 포디움
이 건물의 바닥, 즉 평면은 세 개의 원이 겹친 클로버 모양,
재밌는 건 이 수학적인 형태의 출발이 철사와 판지로 대충 만든 작업 모형이었다는 이야기예요. 그 모형을 컴퓨터로 정밀하게 풀어낸 끝에 기둥 없이 최대 30m를 건너는 철근콘크리트 바닥판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관람은 아래에서 위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진행됩니다. 입구에서 캡슐처럼 생긴 엘리베이터 세 대 중 하나를 타고 아트리움을 올라가는데요. 눈높이에 난 좁은 틈으로 벽에 투사된 브랜드의 역사가 지나간다고 하네요. 꼭대기에 도착하면 1886년,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해로 돌아가 있습니다. 첫 방에는 자동차의 발명을 다룬 공간답게 가장 오래된 차 세 대가 놓여 있다고 해요.
여기서부터 길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브랜드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풀어낸
층의 높이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반원형 바닥판이 아트리움을 돌며 한 층 높이와 두 층 높이의 공간을 번갈아 만들어요. 낮은 방에서 전시물을 가까이 보다가 높은 홀로 나오면 시야가 확 열리는 리듬이 생기는 구조죠.
시간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경험. 기하학적 평면이 그대로 전시의 시나리오가 되는 건축물 중 대표격이죠.
9개 층에는 160대의 차량과 1,500점이 넘는 전시물이 놓여 있습니다. 전시 디자인은 슈투트가르트의 HG 메르츠가, 커튼은 페트라
바깥의 곡선도 주변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UNStudio는 근처의 축구 경기장과
2008년 독일 콘크리트 건축상, 2009년 휴고 헤링 상을 받았고 지금도 슈투트가르트에서 가장 많이 찾는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해요. 이전 박물관 시절에도 연간 45만 명이 찾던 곳이었으니, 새 건물에 거는 기대가 컸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도 건축만 보러 가기에도 충분한 곳이니 꼭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