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애플이 만든 공연장

Apple Music Hall

지도에서 보기 애플 뮤직 홀 (배터시 발전소) · 영국 런던

오늘은 런던 템스강 남쪽, 배터시 발전소 안으로 떠나봅니다.

애플이 이곳에 600명 규모의 라이브 공연장 ’Apple Music Hall‘을 열었습니다. 공식 발표는 9월 21일이었고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첫 공연은 9월 28일부터라고 해요.

배터시 발전소는 자일스 길버트 스콧이 설계한 아르데코 양식의 화력발전소였죠. (런던의 빨간 공중전화 부스, 지금의 테이트 모던이 된 뱅크사이드 발전소도 같은 건축가의 작업입니다.) 음악 팬이라면 핑크 플로이드 앨범 <Animals> 커버 속 네 개의 굴뚝으로 기억하실 수도 있겠네요. 발전을 멈춘 뒤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대규모 재생을 거쳐 2022년 10월 복합 문화·상업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구요. 애플은 이 건물에 영국 본사를 두고 있는데, 이번에 그 안에 음악을 위한 방을 하나 더 들였습니다.

설계는 애플 내부 팀이 직접 맡았습니다. Apple Places 부사장 크리스티나 라스페(Kristina Raspe)가 이끈 팀이라고 해요.

흥미롭게도 이 공연장은 발전소를 지우지 않습니다. 기존 벽돌벽을 그대로 두르고 있고 공연장 뒤편에는 거대한 구조용 철골보가 드러나 있어요. 그 위에 조명이 들어오는 유선형 아치 네 개를 올리고 발전소의 돌출창(oriel window)을 닮은 청동 발코니를 더했구요. 로비의 대형 유리벽 너머로는 발전소 콩코스와 템스강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유리벽은 역시 애플스토어의 문법이네요👀)

리노베이션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무엇을 새로 만들지보다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거친 산업의 껍데기 위에 애플 특유의 정제된 디테일이 조심스럽게 얹혀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만 봐도 인상적이네요.

그 정제된 디테일의 정체는 모서리의 곡률에 있다고 생각해요. 벽돌과 철골이 직각으로 짜인 발전소 안에 새로 들어간 애플만의 모서리를 둥글게 굴린 유선형이죠.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를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제품의 곡률 하나까지 집요하게 다듬는 애플의 감각이 공연장 스케일로 커진 느낌이에요. 덕분에 오래된 발전소 안에서도 이곳이 애플의 공간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리게 되네요.

애플이 밝힌 이 공연장의 목표는 꽤 명확합니다. 작은 클럽의 친밀함과 아레나 투어급 제작 환경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죠. 어느 자리에 앉아도 무대가 가깝게 느껴지도록 규모는 작게 유지하고 그 뒤에 있는 설비를 크게 키운 방식이라고 해요.

폭 약 11.5m(38피트)의 무대는 정면형 공연으로도, 관객이 둘러싸는 인더 라운드 공연으로도 바꿀 수 있고 객석을 감싸는 48개의 스피커가 공간음향을 만들어요. 무대 뒤에는 전문 녹음·믹싱 스튜디오 두 곳이 있구요. 16대 이상의 카메라를 연결하는 배선이 방송 조정실까지 이어져, 기존 방송 카메라와 아이폰 촬영이 나란히 돌아가도록 설계됐다고 하네요.

덕분에 아티스트는 한 번의 공연으로 공간음향 음원, 방송용 믹스, 멀티캠 영상을 모두 들고 나갈 수 있다고 해요. 공연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구요. 방에 들어가는 사람은 600명이지만 실제 관객은 훨씬 더 많겠습니다. (애플 뮤직 라디오의 런던 진행자들도 이번에 모두 배터시 스튜디오로 옮겨와 생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한때 도시에 전기를 보내던 발전소 건물이 이제는 같은 벽돌 안에서 음악을 전 세계로 송출하게 됐어요. 앨범 커버로 음악의 역사에 남았던 건물이 이번에는 음악이 태어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건물의 일부가 된다는 말이 이럴 때 떠오릅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브랜드 공연장, 어떻게 보이시나요? 서울에 이런 공간이 생긴다면 어디가 어울릴지도 궁금하네요.

🏛 Apple Music Hall
📍 Battersea Power Station, London
🎟 공연 일정·티켓 : applemusichall.com

사진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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