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소식

한강다리 아래 화장실, 국제 건축 공모전 1위

오늘은 한강, 그중에서도 다리 밑으로 떠나봅니다.

한강공원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공간이죠. 강을 따라 11개 자치구가 닿아 있고, 마라톤과 요트, 불꽃축제와 야시장까지 한 해 12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그런데 한강공원의 화장실은 그 많은 사람이 반드시 들르는 공간 하나임에도 늘 논의 바깥에 있었습니다.

바로 이 ’한강 화장실‘로 국제 건축 공모전 1위를 차지한 한국 팀 소식을 전합니다.

국제 공모 플랫폼 테라비바(Terraviva)가 주최한 ’어반 토일렛(Urban Toilets)‘. 공공화장실을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돌봄과 포용, 시민의 정체성을 담는 건축으로 다시 상상하자는 주제였는데요. 대지를 정해주지 않고 참가자가 세계 어느 도시든 실제 필요를 찾아 제안하는 방식이라, 어디를 고르느냐가 곧 첫 번째 설계였어요.

1위를 차지한 고범석·임주혜·김시원 팀의 답은 ’워터 루프(Water Loop)‘. 장소는 한강 다리 아래입니다.

이 팀이 주목한 건 한강의 단면입니다. 강 위로는 수십 개의 교량이 건너가고, 북쪽엔 강변북로, 남쪽엔 올림픽대로가 나란히 달리죠. 일부 구간에서 이 도로들은 고가 구조로 떠 있어서, 공원과 도로와 다리와 수면이 층층이 겹치는 독특한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그 ’다리 밑‘을, 이 팀은 물이 모이는 자리로 읽었어요.

화장실은 본래 물을 쓰고 관리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다리 상판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아, 침전·여과·가열·살균을 거쳐 화장실 용수로 되돌리는 순환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다리를 타고 내려와, 다리 밑에서 한 바퀴 돌고 다시 강으로. 이름 그대로 물의 고리(Loop)인 셈이에요. (한강 화장실이 한강 위 다리에 내린 비로 운영된다니, 장소와 시스템이 이보다 잘 맞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심사위원 티아고 페드로자 마르틴스(Pema Studio)는 아주 특정한 맥락을 골랐지만 반복 적용될 수 있어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 재료와 텍스처, 디자인 해법이 견고해 주변과 잘 어우러진다는 점, 그리고 그래픽 표현의 명료함과 높은 미적 완성도를 심사평에서 짚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가 ’한강에 무엇을 새로 지을까‘가 아니라 ’한강에 이미 있는 것을 어떻게 다시 쓸까‘를 물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다리와 도로라는 거대한 인프라가 만들어 놓은 틈,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지는 비. 전부 원래 있던 것들이죠. 한강 전역의 다리 밑으로 확장 가능한 프로토타입이라는 점도, 조감도 한 장의 화장실이 아니라 시스템을 제안했다는 뜻이구요.

이번 공모에서는 이 팀 외에도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가 골든 멘션을, ’[DU-RE]‘와 ’Toilet as Experience‘ 두 작품이 아너러블 멘션을 받으며 한국 팀 넷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이 자주 가는 한강공원의 화장실, 어떤 모습이었나요? 다리 아래 화장실이 실제로 생긴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 Terraviva Competitions ’Urban Toilets‘ 1st Prize
— 작품명 : WATER LOOP
— 팀 : 고범석, 임주혜, 김시원 (대한민국)
— 심사위원 : Tiago Pedroza Martins(Pema Studio), Daigo Ishii(Future-scape Architects), Zehua Zhang(KPF), Cecilia L. Muiños(Mol Arquitectura) 외
— 결과 발표 : 2026년 8월

사진

  • Beomseok Go, Joohye Lim, Shiwon Kim / Terraviva Compet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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