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성동, 코엑스의 새로운 얼굴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한때 ’대한민국 무역 1번지‘로 불리던 무역센터 일대가 국제교류복합지구라는 큰 구상 아래 다시 그려지고 있어요. 흩어져 있던 코엑스 인근의 공간들을 잇는 ’무역센터-GITC 연계공간 조성사업‘인데요. 이 프로젝트는 정림건축과 토마스 헤더윅의 헤더윅 스튜디오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엑스는 1979년 한국종합전시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88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트레이드타워와 전시장, 도심공항터미널이 들어선 한국종합무역센터가 완공되며 지금의 골격이 만들어졌죠. 상승하는 그래프를 닮은 트레이드타워의 계단식 실루엣은, 그 시절 한국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그대로 담고 있는 형태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 1988년의 무역센터를 설계한 곳이 바로 정림건축 (@junglim_architecture)입니다. 일본 니켄세케이와의 합작으로요.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설계한, 1967년 창립된 한국의 대표 대형설계사무소죠.)
이번 사업이 흥미로운 건, 약 40년 전 이 땅의 첫 그림을 그렸던 설계사가 주관설계사로 같은 자리에 돌아왔다는 점이에요. 자신이 만든 건축의 다음 장을 스스로 쓰는 셈인데, 한국 현대건축에서 흔치 않은 장면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토마스 헤더윅. 뉴욕의 베슬과 리틀 아일랜드, 상하이의 천 그루 나무(1000 Trees)로 잘 알려진,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디자이너죠. (2012 런던올림픽의 성화대도 그의 작업이었어요.) 2024년 노들섬 ’사운드스케이프‘ 공모 당선으로 서울과 첫 인연을 맺었는데, 지난해 코엑스 전시장 외관 공모까지 당선되며 서울의 얼굴을 많은 부분 담당하게 될 것 같습니다.
헤더윅이 제안한 콘셉트는 ’호기심 캐비닛(Cabinets of Curiosities)‘. 신기하고 희귀한 물건들을 모아둔 진열함처럼, 전시장 외벽을 여러 크기의 모듈 박스로 구성해 그 안에 다양한 MICE 프로그램을 담아내는 방식입니다. 늘 도시에 등을 돌리고 있던 코엑스의 거대한 벽이, 거리를 향해 열린 진열장이 되는 거죠.
정림건축은 이 헤더윅의 외관 디자인을 전체 마스터플랜과 병합하며, 삼성역부터 봉은사역까지 지상과 지하를 잇는 작업을 총괄합니다. 조경은 서안조경과 미국의 SWA그룹이 함께하구요. GBC,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GITC)와 맞물려 2029년 말 완공이 목표라고 해요.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외관도 외관이지만 기능적으로 필요했던 지상층의 ’연결의 회복‘을 위함으로 보입니다. 코엑스몰이라는 강력한 지하 세계에 비해, 지상의 코엑스는 늘 걷고 싶은 거리는 아니었으니까요. (별마당도서관을 나와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의 낙차, 다들 아시죠😅)
1988년의 무역센터가 ’보여주고 싶은 한국‘의 형태였다면, 2029년의 코엑스는 ’머물고 싶은 서울‘의 형태가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이 계획, 어떻게 보시나요?
코엑스 무역센터-GITC 연계공간 조성사업
위치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용도 : 업무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총괄 건축 : 정림건축 (밸류애드BU·도심복합BU)
컨소시엄 : 디자인캠프문박디앰피, 하우드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전시장 파사드 디자인 : 헤더윅 스튜디오
조경 : 서안조경, SWA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