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문학을 사랑한다면, 청담의 문학도서관

소전서림(素磚書林)

건축가 원오원 아키텍츠

지도에서 보기 소전서림 · 서울 강남구

오늘은 청담동,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으로 떠나봅니다.

영동대교 남단, 소비문화의 중심인 청담동이 한강과 만나며 소란이 잦아드는 언저리. 정육면체를 이어 붙인 듯한 흰 벽돌 건물이 하나 서 있습니다. 스위스 건축가 다비데 마쿨로가 주거와 갤러리를 겸해 설계한 건물로, WAP 문화재단의 갤러리 ’WAP 아트스페이스‘로 쓰이던 공간이었죠. 이곳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0년, 문학 도서관 ’소전서림(素磚書林)‘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름의 출발점입니다. 마쿨로가 이 건물을 설계하며 잡은 주제는 ’도심 속에 자라나는 나무숲‘. 큐브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형태로 숲을 형상화했다고 해요.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이라는 도서관의 이름은, 결국 갤러리 시절의 건축 개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 갤러리를 도서관으로 바꾸는 일은 원오원아키텍스의 최욱 건축가가 맡았습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설계한, 한국에서 ’읽는 공간‘을 가장 깊게 다뤄온 건축가 중 한 명이죠. 전시 공간과 도서관은 속성이 다르다는 판단에서 출발해, 높은 층고를 복층 구조로 나누고 바닥 일부는 카펫 대신 콘크리트를 그대로 남겼습니다. 도서관이면 당연히 카펫일 거라는 예상을 비켜 가는, 의도된 장치라고 해요.

공간의 시퀀스도 잘 짜여 있습니다. 1층의 카페 투바이투(2×2)를 지나, 우측으로 돌아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지하로 향하면 4m 높이의 천장 아래 메인 홀이 펼쳐집니다. 계단이 지상과 지하를 한 번 끊어주는 덕에, 청담동의 소란에서 책의 숲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가에는 문학을 중심으로 철학, 예술까지 엄선된 3만여 권의 장서. 소설과 시가 서가의 중심에 놓이는 도서관, 생각보다 드물죠. 그리고 이 공간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의자들이 있습니다. 핀 율, 까시나,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 체어들이 ’읽는 자세‘를 위한 컬렉션처럼 서가 사이에 놓여 있어요.

벽에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석판화가 걸려 있고, 도록과 예술 서적으로 채워진 ’예담‘에서는 강연과 낭독회가 열립니다. 상주하는 북큐레이터가 책을 추천해 주고, 1인용 서가에서는 이곳의 표현대로 ’행복한 고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출은 되지 않고, 오직 이 공간 안에서의 열람만 가능해요. 개관 당시에는 85석 중 절반만 채워 운영했다고 하죠. 지금도 동시 입장은 55명까지만 받고 있어, 열람 환경은 늘 쾌적하게 유지되구요.

그리고 운영 방식. 개관 당시 소전서림은 하루 입장료 5만원, 연회비 66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유료 모델로 화제가 됐습니다. ’도서관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과 ’새로운 모델‘이라는 지지가 팽팽했죠.

도쿄의 분키츠나 아카데미 힐스처럼 해외에는 유료 사립 도서관 모델이 있지만, 공공도서관이 익숙한 한국에서는 낯선 실험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연회비 10만원의 회원제로 전환해, 1년 동안 매일 3시간씩 ’집 밖의 내 서재‘를 갖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저 역시도 퇴근 후 혼자서 시간을 보내러 방문하고 있답니다.추천드립니다.

📍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B1
🚇 7호선 청담역 인근
🗓 운영시간은 방문 전 공식 채널 확인을 추천드립니다.

여러분에게 ’집 밖의 서재‘가 있다면, 그곳은 어디인가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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