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닮은 흰 건물, 책장으로 가득 찬 숲 같은 도서관, 그리고 직경 600미터의 목조 링.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는 이 건축물들은 사실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죠. 일본의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입니다.
그의 건축이 하나의 언어로 설명된다면 바로 ‘숲’이에요. 홋카이도의 숲에서 자란 그는 자연을 잘 정돈된 풍경이 아니라, 수많은 존재가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이루며 공존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훗날 도쿄로 옮겨와 복잡하게 얽힌 도시를 마주했을 때, 그는 거기서 어린 시절의 숲과 닮은 구조를 발견했다고 해요.
도시와 자연을 대립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서로 닮은 환경으로 읽어낸 거죠. 그래서 후지모토의 건축에는 늘 경계를 흐리는 시도가 등장합니다. 안과 밖, 자연과 인공,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보통의 건축이 이들을 나누는 데 집중했다면, 그는 서로 스며들고 겹쳐지는 공간을 만들어요.
그는 이것을 ‘약한건축(WeakArchitecture)’이라 부릅니다. 자연을 지배하고 도시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강한 건축이 아니라,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 맺으며 변하는 건축을 지향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철학은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납니다. L‘ArbreBlanc(몽펠리에,2019)은 이름부터 ’흰나무‘예요. 발코니가 나뭇잎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주거 타워로, 도시 한복판의 집합주택에 자연의 형상을 끌어들였습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미술관·도서관(도쿄,2010)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책장, ’책의숲‘입니다.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서가가 공간과 기능, 가구와 건축의 경계를 지워버려요. 책을 찾아 걷는 행위가 곧 숲을 거니는 일이 되는 셈이죠.
그리고 그랜드 링,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상징인 이 목조 순환 구조물은 직경 약 600미터로, 그해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에 등재됐습니다.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엑스포의 주제를 그대로 공간으로 옮긴 작업이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거대한 지붕 아래 모이고 흩어지는 모습은, 그가 말하는 ’숲‘의 풍경과 정확히 겹칩니다.
후지모토는 건축을 ”자연의 원리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숲이 지닌 개방성과 유연성, 우연성과 관계성을 공간에 녹여내는 일이라고요.
그런 그가 한국에 옵니다. 6월 30일, 대한경제가 주최하는 ’2026 도시와 공간 포럼‘의 기조강연자로요. 올해 주제는 ’프레임의 대전환: AI시티‘. 기술이 도시를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 후지모토는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이 만든 환경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도시를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만나고 살아가는 환경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AI가 모든 것을 설계하려는 지금 오히려 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기조강연 후에는 정치학자 김지윤 박사와의 대담도 이어집니다.
귀한 기회이기에 이렇게 소개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
2026 제6회 도시와 공간 포럼
일시 · 6월 30일(화)09:00~16:15 장소 ·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2층 CG아트홀 참가비 · 사전 등록 무료 (현장 등록 시 유료 전환) 주최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