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144년 만에 외관 완성
오늘은 144년 만에 외관 공사를 마친 한 성당 이야기로 바르셀로나로 떠나봅니다. 스페인 여행객들의 방문 필수 건축물이죠, 사그라다 파밀리아입니다.
2026년 2월 20일, 중앙 탑인
엄밀히 말하면 전체 외관의 완성은 아닌데요, 외부 추가 장식과
가우디 설계의 가장 큰 특징은 직선과 직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는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내부의 기둥은 우리가 흔히 아는 수직의 기둥이 아닙니다. 나무가 가지를 뻗듯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천장을 향해 뻗어 오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건축에서 기둥은 하중을 아래로 전달하는 구조체지만, 가우디의 기둥은 숲 속에 서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하중은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고, 내부 공간은 기둥이 빽빽한데도 오히려 열려있는 느낌을 주게 되구요.
추에 모래주머니를 매달아 늘어지는 곡선으로 구조를 계산하던 그의 모형 실험은, 도면보다 실물을 신뢰했던 그의 작업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빛의 설계도 같은 논리에서 출발하는데요, 건축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재료입니다. 세 개의 파사드는 각각 아침 빛부터 해질녘의 깊은 음영까지, 하루 동안의 빛의 변화를 그대로 건축의 흐름으로 끌어들이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화려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광의 이동경로를 건축 서사로 끌어들인 설계라고 해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건축물이 세계 최대 규모의
남은 과제도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공사인 영광의 파사드와 그 앞에 조성될 대계단 및 대광장인데요, 계획대로라면 성당 인근의 주택과 상점들이 철거되고 수천 명의 주민이 이주해야 합니다. 신앙의 상징과 그 발밑의 일상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가 마지막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학계의 건축 담론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 명의 건축가의 비전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후대가 이어 짓는 방식이 동시대 건축의
어떤 의미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하나의 거대한 의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건물은 짓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건물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보여주고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