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건축 노벨상 수상자가 남긴 대구의 건축

사유원

[소요헌, 소대, 내심낙원]

건축가 알바로 시자

지도에서 보기 사유원 · 대구 군위군

오늘은 경상도로 떠나봅니다. 프리츠커상은 흔히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죠. 1992년 이 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대가 알바로 시자가, 오랜 동료 카를로스 카스타녜이라와 함께 대구 군위의 사유원에 세 채의 건축을 남겼습니다.

약 30만㎡에 이르는 숲에 들어선 세 건물은, 모두 거친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져 자연 속 하나의 조각처럼 서 있습니다. 시자의 건축은 화려하게 드러내는 법이 없이, 단순한 형태와 빛, 그리고 침묵으로 그의 건축은 빛을 발해요.

소요헌(逍遙軒)

’자유롭게 거니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시자가 1992년 마드리드에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전시하려 설계했다가 무산된 미술관 안이, 수십 년을 건너 이 산자락에서 약 1,350㎡ 규모로 다시 지어졌습니다.

나무 거푸집 자국이 그대로 남은 콘크리트 벽이 숲 사이로 길게 누워, 두 갈래의 긴 동선이 터널로 이어지고 그 한가운데 안뜰이 숨습니다.

출입문도 창도 거의 없이, 벽에 뚫린 좁은 개구부로 떨어지는 빛만이 공간의 깊이와 명암을 만들죠. 두 갈래 끝엔 시자가 직접 만든 두 조각이 놓입니다.

한쪽엔 천장에 매달린 붉은 코르텐 강 조형이 죽음을, 다른 쪽엔 흰 대리석 ’알‘이 생명을 상징하죠.

소대

숲 위로 잠망경처럼 불쑥 솟은 노출 콘크리트 전망탑입니다. 작은 언덕에 올라앉아, 깊은 계곡을 더 좁고 깊어 보이게 하죠. 이 전망탑은 곧게 선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좁은 계단을 오르는 동안 몸이 미세하게 쏠립니다.

오르는 길엔 작은 창이 군데군데 뚫려 바깥 풍경을 짧게 흘려보내고요. 꼭대기 발코니에 닿으면 사방의 산이 한꺼번에 쏟아져, 잠시 사람의 시선이 새의 시선이 됩니다.

”내려오는 길은 다시 땅으로 돌아오며 성찰을 부른다.“ 설계를 맡은 카스타녜이라가 남긴 말이라고 해요.

내심낙원(內心樂園)

세 건물 중 가장 작은, 42㎡의 채플입니다. 설립자의 장인 김익진과 그와 영혼의 우정을 나눈 벨기에 신부 찰스 메우스를 기리죠. 김익진은 청빈한 일생을 가톨릭에 바친 지식인으로, 중국 종교학자 우징숑의 책 『내심낙원』을 번역했고,

이 채플은 그 책에서 이름을 얻었습니다. 비탈에 몸을 묻은 채 동쪽을 향해, 하루의 첫 빛을 받아들입니다. 외부는 하얀 스터코, 내부는 거푸집 자국이 남은 노출 콘크리트입니다. 삼각형 캐노피와 가파른 박공지붕, 그 뒤 제단을 덮는 한층 높은 평지붕까지, 세 덩어리가 계단처럼 높아지며 맞물립니다.

창은 없습니다. 제단과 십자가, 오크 신도석까지 모두 시자가 디자인해 포르투갈에서 들여왔고요. ”수 세기의 교회 건축에 기댔다“는 그의 말처럼, 가장 오래된 종교 건축의 요소가 가장 단순한 형태로 응축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이 세개씩 한꺼번에 모여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고 합니다. 두 거장이 대구의 산자락에 남긴 이 생각들을 직접 방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추천드립니다.

장소 : 사유원 · 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76 / 사전 예약제 / 화–일 09:00–18:00(월 휴관) / 입장료 평일 5만 원·주말 6만9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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