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노벨상 수상자가 남긴 대구의 건축
사유원
건축가 알바로 시자
오늘은 경상도로 떠나봅니다. 프리츠커상은 흔히
약
소요헌(逍遙軒)
나무 거푸집 자국이 그대로 남은 콘크리트 벽이 숲 사이로 길게 누워, 두 갈래의 긴 동선이 터널로 이어지고 그 한가운데 안뜰이 숨습니다.
출입문도 창도 거의 없이, 벽에 뚫린 좁은 개구부로 떨어지는 빛만이 공간의 깊이와 명암을 만들죠. 두 갈래 끝엔 시자가 직접 만든 두 조각이 놓입니다.
한쪽엔 천장에 매달린 붉은 코르텐 강 조형이 죽음을, 다른 쪽엔 흰 대리석
소대
숲 위로 잠망경처럼 불쑥 솟은 노출 콘크리트 전망탑입니다. 작은 언덕에 올라앉아, 깊은 계곡을 더 좁고 깊어 보이게 하죠. 이 전망탑은 곧게 선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좁은 계단을 오르는 동안 몸이 미세하게 쏠립니다.
오르는 길엔 작은 창이 군데군데 뚫려 바깥 풍경을 짧게 흘려보내고요. 꼭대기 발코니에 닿으면 사방의 산이 한꺼번에 쏟아져, 잠시 사람의 시선이 새의 시선이 됩니다.
내심낙원(內心樂園)
세 건물 중 가장 작은,
이 채플은 그 책에서 이름을 얻었습니다. 비탈에 몸을 묻은 채 동쪽을 향해, 하루의 첫 빛을 받아들입니다. 외부는 하얀 스터코, 내부는 거푸집 자국이 남은 노출 콘크리트입니다. 삼각형 캐노피와 가파른 박공지붕, 그 뒤 제단을 덮는 한층 높은 평지붕까지, 세 덩어리가 계단처럼 높아지며 맞물립니다.
창은 없습니다. 제단과 십자가, 오크 신도석까지 모두 시자가 디자인해 포르투갈에서 들여왔고요.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이 세개씩 한꺼번에 모여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고 합니다. 두 거장이 대구의 산자락에 남긴 이 생각들을 직접 방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