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건축 디자이너가 직접 다녀온, 소도시 스테이

버들맨션

지도에서 보기 버들맨션 · 경북 성주군

오늘은 특별하게 서울을 떠나 차분한 경상도 지역, 대구 근교의 소도시 성주로 떠나봅니다.

경북 성주에는 3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 온 왕버들 숲, 성밖숲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403호인 이 숲은 본래 마을의 부족한 기운을 메우려 사람이 일군 비보림으로, 오래도록 주민들에게 너른 그늘이 되어 주었습니다. 늦여름이면 나무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으로 피어, 숲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다고 해요.

그 그늘의 이름을 빌리되, 낡은 여관 한 채와 온전히 다른 공간 경험을 가진 스테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스테이 ’버들맨션‘입니다.

성주는 참외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고 대구에서 한 시간 남짓, 가깝지만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속도로 흐르는 곳이에요. 버들맨션은 그 한가운데, 앞으로는 하천이 흐르고 뒤로는 오래된 전통시장이 이어지는 자리에 놓였습니다. 관광지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주민의 생활 동선 위입니다.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시장 골목과 숲길로 발이 향하게 되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여관을 헐어 내는 대신 골격을 남기고 안을 비워 다시 채운 점이 이 스테이의 주요 전략이에요. 새 건물의 매끈함보다, 마을의 시간과 건물의 기억을 잇는 쪽을 택했습니다. 한때 읍내 여관은 장을 보러 온 사람과 길손이 하룻밤을 청하던 소도시의 흔한 건축이었습니다. 그 쓰임이 다한 자리를 비워 새 일상을 들인 셈이죠. 이름을 성밖숲의 버드나무에서 가져온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공간은 다섯 개 층에 걸쳐 쓰임을 달리합니다. 1층은 로컬 재료를 사용해서 조식을 내는 다이닝이자 굿즈를 전시하는 로비입니다. 객실은 넓은 창으로 바깥 풍경을 끌어들인 레트로한 마감이 특징입니다. 옛 여관의 정서를 남기되 머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냉난방을 비롯한 설비는 쾌적하게 갖췄습니다.

무엇보다 객실마다 구조와 가구 배치가 조금씩 달라, 어느 방에 묵느냐에 따라 머무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점이 좋았어요. 덕분에 다음엔 다른 방에 묵어 보고 싶은,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기는 투숙 경험이었습니다.

루프탑의 워터룸은 천장을 열어 물 위로 하늘과 별을 들입니다. 실내 수영 공간에 바깥 하늘을 끌어들인 발상이 인상적이에요. 또 지하 뮤직룸에서는 LP를 들으며 곁의 바에서 야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꼭대기 옥상가든에서는 별빛 아래 영화를 봅니다. 또 자전거를 빌려 바로 앞의 작은 강을 따라 달려보기도 하구요.

층을 오를수록 쉼의 방식을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 채웠습니다. 객실 하나에 모든 것을 욱여넣는 숙소가 아니라, 층을 옮겨 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구성입니다. 그러면서도 1층의 로컬 조식 (참외를 활용한) , 객실 창에 담기는 풍경처럼 바깥 마을과의 연결을 곳곳에서 열어 둡니다.

버들맨션이 보여 주는 것은 ’오래된 건물을 고쳐 쓴다‘는 영역을 넘어, 쇠락하기 쉬운 읍내 여관을 거점 삼아 방문객의 발길을 숲과 시장으로 다시 흘려보내는, 소도시 재생의 한 모델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자본의 신축이 아니라 숲과 하천, 시장과 낡은 건물처럼 마을이 이미 가진 자산을 엮어 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객실 너머 동네 전체로 번지고, 투숙 경험의 완성도 역시 한층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또 역시 이러한 공간과 콘텐츠들이 인구소멸도시에는 새로운 활력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구요.

다시 찾고 싶은 좋은 스테이는 결국 그 동네를 어떻게 다시 보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구 근교, 또는 전국의 소도시를 천천히 걷고 싶은 날, 버들맨션을 떠올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위치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길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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