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소식

국내 1호 조경가 정영선, 포니정 혁신상 수상

포니정 재단은 2005년 HDC그룹 정몽규 회장이 설립한 재단으로, 혁신적인 사고와 도전 정신, 자동차 산업을 이끌며 정도경영의 목표와 인재 중시 철학을 몸소 실천했던 정세영 명예회장의 철학을 이어갑니다. 포니정 혁신상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적 사고와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에요.

포니정 혁신상은 여느 분야든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여 풍요로운 미래를 실현하는데 공헌한 인물을 선정하여 수여하고 있으며, 한강, 방시혁, 이국종, 조성진, 김연아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수상해 왔습니다.

2026년, 제20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이는 조경설계사무소 서안(@seoahn.landscape)의 대표, ‘정영선’이었습니다. 국내 건축 및 공간 분야에서의 최초로 수상한 사례에요.

정영선 대표는 1941년에 태어나 1975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의 첫 졸업생이 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조경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1호 여성 조경가로서, 국내 조경의 1세대부터 함께 해오며 한국의 조경 역사를 써 내려간 인물이죠.

202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조경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프리 젤리코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는데요, 주최 측은 그녀의 작업에 대하여 “서양에서 유래한 조경의 개념을 한국적 토양과 경관에 맞게 해석했다”라고 평하였습니다.

정영선 대표는 ‘한국적인 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조경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야 하고, 어떤 위치에 어떤 건축이 어떤 나무와 기대어 서 있는지, 혹은 흐르는 물과 산을 어떻게 보이게 하는지와 같이 근경, 중경, 원경을 전부 고려해야 한다고요.

우리네 옛 선비들은 차경——즉 주변 경치를 정원의 일부처럼 활용하는 것을 중시하였습니다. 나지막한 담 너머로 물이나 산, 과수원 등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우리나라 경관이 아름답고, 풍부하고, 다양했기 때문이라고 정영선 대표는 설명합니다. 그녀는 조경가로서 이러한 차경을 고려한 조경을 이어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선유도공원”이 있습니다. 한강 가운데에 떠 있는 섬인 선유도는 과거 정수장으로 이용되며 거대한 옹벽과 같은 모습을 띠는 곳이었으나, 산업시설이 이전되며 지금과 같은 공원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핵심공간인 선큰공간에 위치한 녹색기둥은 이전의 산업시설을 철거가 아닌 활용하여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경관을 선사하죠.

또 다른 작업은 여의도에 위치한 “샛강생태공원”입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샛강 약 50만 제곱미터를 새롭게 정비하여 한강 변의 생물서식공간이자 자연학습공간으로 조성한 곳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예술의 전당, 호암미술관 희원, 영종도 신공항, 청계광장, 서울식물원, 경춘선 숲길 등 수많은 공간이 그녀의 손길을 거쳐 설계되었어요.

정영선 대표의 설계 태도에는 기존 땅에 대한 존중이 녹아있습니다. 땅을 깎거나 메우기보단 원래의 굴곡과 경사를 활용하고,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고자 합니다. 조경가의 개성이나 독창성보다는 조화와 회복을 도와주고, 그 안에서 사람이 동화될 수 있도록 설계하죠.

이번 수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훌륭한 공간 설계가로서의 역량을 넘어 공간 분야가 미치는 영향력과 일상에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는 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화려하고 눈길을 사로잡는 것보단 부드러움과 소박함이 더욱 강렬한 메세지를 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사진

  • IFLA / 서울시 / 영등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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