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사

대학교와 도시를 연결하는 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 《안과 밖》

2026.04.17 – 2026.06.28

지도에서 보기 서울대학교 미술관 · 서울 관악구

오늘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로 올라가 봅니다. 정문을 지나 완만한 경사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산 중턱 위에 놓인 하나의 장면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지면에 닿지 않은 채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푸른빛의 거대한 박스, 서울대학교미술관입니다.

이 건물은 현대건축의 상징 중 한분이죠, 렘 콜하스의 OMA(@oma.eu)가 설계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이 미술관은 그 단순함 안에서 분명한 의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땅 위에 올려놓는 대신, 들어올려 버리는 방식으로요.

상부를 트러스로 엮고 중앙의 콘크리트 코어 하나에 매달아 올린 구조 덕분에, 건물 아래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길이 생기고, 광장이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은 이 미술관을 향해 들어가기 전에, 먼저 그 아래를 지나갑니다. 덕분에 이 건물은 더 이상 하나의 목적지가 아니라, 대학과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흐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처음부터 계획되어 왔다고 하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원래 캠퍼스와 외부를 직접 잇는 다리 형태로 구상되었지만, 지형과 규제 속에서 지금의 ‘떠 있는 박스’로 바뀌게 됩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사람의 흐름을 연결하려는 개념은 끝까지 유지되었죠. 그래서 이 건물은 전시를 담는 용기가 아니라, 흐름을 만들어내는 미술관이라는 표현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내부로 들어오면 또 다른 방식으로 공간이 전개됩니다. 건물을 지탱하는 코어는 단순한 구조체가 아니라 로비이자 동선의 중심이 됩니다. 외벽은 닫혀 있지만, 공간은 어둡지 않습니다.

빛은 위에서 들어옵니다. 천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폴리카보네이트를 거치며 부드럽게 확산되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내부는 예상과 달리 균질한 밝기를 유지합니다. 무겁게 보이던 박스는 내부에서 전혀 다른 밀도로 읽힙니다. 전시는 최상층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각진 나선형 계단을 따라 이동하면서, 구조와 동선이 하나의 흐름으로 겹쳐집니다.

개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 《안과 밖》은 이 건물이 가지고 있는 시선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하나는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의 역사입니다. 설립 논의부터 완공까지의 과정, 그리고 지난 20년간 축적된 기록들이 아카이브로 펼쳐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리형태‘의 초기 설계안과 모형, 인터뷰와 공문서까지 함께 놓이며, 이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른 하나는 미술의 ‘안과 밖’입니다. 독도, 재개발, 인간의 몸과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들과 함께, 이 미술관이 어떤 사회적 담론을 품어왔는지가 드러나고 있는데요, 건물은 대학의 안과 도시의 밖을 연결하고, 전시는 미술의 안과 제도의 밖을 동시에 바라봅니다. 공간과 내용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전시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봄이 찾아왔네요, 푸른 초원 위 캠퍼스 초입에 들어선 서울대학교미술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을 담아왔는지, 그 두 가지를 함께 보고 싶다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 인 것 같습니다. 방문 추천 드립니다.

📍 서울대학교미술관
⏰ 화–일 10:00–18:00 (월 휴관)
🎟 무료 입장

*촬영 도움 주신 @102tae 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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