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건축가들이 성수를 다시 쓰는 방법,

EPCOT SEONGSU (성수 27-4)

지도에서 보기 EPCOT SEONGSU (연무장길) · 서울 성동구

오늘은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입구, 성수동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눈길을 끄는 건물로 떠나봅니다. 이곳에서는 업무시설이 도시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성수 274, 그리고 현재는 ‘EPCOT SEONGSU’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프로젝트입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조경·지역시스템공학 교수님이 함께 참여한 프로젝트로,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좋은 기회로 방문하게 되어 소개드립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성수동 1가 27-4, 연무장길 입구 코너에 자리한 EPCOT SEONGSU입니다.

브릭스인베스트먼트가 개발하고, 건축은 서울대학교 강예린교수님이 파트너로 있는 SoA(@soaseoul), 조경은 조경 지역시스템공학 최영준 교수님이 소장으로 있는 Lab D+H(@labdh_seoul)에서 설계한 업무시설로, 새로운 재료와 건축을 들여오기보다 성수에 이미 존재하는 재료 팔레트를 ‘다시 쓰는’ 방식으로 접근한 프로젝트입니다.

성수동의 건물들은 대개 붉은 벽돌, 노출 콘크리트, 금속이라는 재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질감과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백색 UHPC 패널을 통해 이를 재해석합니다. UHPC는 고성능 콘크리트이지만, 이를 활용해 기존 콘크리트의 거친 인상을 더 얇고 정밀하게 다듬어냅니다. 덕분에 커튼월이 아닌 표면은 단순한 백색이 아니라, 빛과 시간에 따라 은은하게 녹색과 갈색 톤으로 변화하는 미묘한 색감을 드러냅니다. 주변과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수직적으로 정제된 입면의 감각을 전달합니다.

이 건물에서 가장 먼저 인지되는 요소는 계단식으로 돌출되는 입면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전면으로 돌출되는 형태는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도시 스케일에 대한 대응이라고 합니다.

성수동은 저층 공장과 중층 빌딩이 혼재된 지역입니다. 하나의 덩어리로 상승하는 건물은 쉽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입면을 단계적으로 분절해 높이가 여러 층위로 인지되도록 만들고, 상부로 갈수록 더 넓은 면적을 확보해 공간 효율까지 함께 확보합니다. 이 부분은 사업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한 최상층은 층고가 4.7m에 달해 탁월한 개방감을 보여주고요.)

결과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가 아니라, 여러 층위가 중첩된 구조로 읽히며 강한 존재감을 형성합니다. 성수동의 복합적인 스케일과 맥락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습니다.

저층부는 과감하게 비워 공개공지를 형성하고, 보행 흐름을 내부로 끌어들입니다. 이 부분에 조경이 관여되었고요. 성수동의 거리는 머무름을 전제로 작동합니다. 카페, 쇼룸, 편집숍이 거리 자체에서 보행 리듬을 만들어낸다면, 이 건물은 그 흐름을 차단하지 않고 내부로 확장합니다. 건축이 도시를 점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의 흐름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읽힙니다.

또한 수직 동선은 후면으로 배치하고, 전면은 최대한 개방한 구조가 돋보였습니다. 이 편심 코어 전략을 통해 내부 평면의 유연성을 극대화합니다.

최근 오피스는 고정된 프로그램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쇼룸, 크리에이티브 조직,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공간을 재구성하는데요. 이 구조는 특정 기능에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수동은 공장 중심의 생산 지역에서 브랜드와 콘텐츠 중심의 지역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그 변화를 과장하지 않고, 기존 맥락 위에 새로운 층위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연무장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는 건물입니다. 강하게 드러내지 않지만, 분명하게 인지되는 존재감을 가집니다. 준공 이후 성수 거리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CG : @yastu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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