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노벨상 수상자의 온천과 공간
테르메 발스
The Therme Vals
오늘은 국내 최초 사우나 커뮤니티 먼데이사우나 @mondaysauna와 함께 온천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건축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온천, 그리고 한 건축가의 세계를 세계에 선보인 작품. 바로 테르메 발스입니다.
스위스 알프스 깊숙한 협곡, 발스로 떠나봅니다. 철도도 닿지 않는 첩첩산중의 작은 마을입니다. 오래전부터 온천수가 솟았고, 1960년대 한 독일인 사업가가 호텔 리조트를 세웠지만 운영난에 빠졌습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이 이를 인수하고, 온천을 다시 살리기 위해 선택한 건축가가 페터 춤토르입니다. 1996년 개장한 테르메 발스는 수용 인원 140명 규모의 비교적 작은 시설이지만 연간 14만 명이 찾는 세계적 명소가 되었고, 춤토르에게는 프리츠커상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건축의 핵심은 형태가 아니라 자리 잡는 방식입니다. 온천장은 경사지에 반쯤 묻혀 있고, 호텔 방향에서는 잔디 지붕만 드러납니다. 지형과 같은 레벨로 맞춘 지붕은 건축의 존재감을 지우고,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땅속으로 내려가며 공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부는 하나의 대공간이 아니라 15개의 독립된 블록으로 구성됩니다. 탈의실, 샤워실, 휴식 공간, 일인 욕탕이 각각의 덩어리에 배치되고, 그 중심에 실내와 노천의 대욕장이 놓입니다.
블록들이 건물이라면 대욕장은 광장입니다. 평면은 직교 격자에 가깝지만, 동선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열탕과 냉탕, 어둠과 빛 사이를 이동하며 사용자는 온도와 공간 밀도의 변화를 순차적으로 경험합니다. 프로그램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바람개비처럼 순환하며 첫 방문시 동굴에 들어선 듯한 감각을 느끼실 수 있어요.
천장에는 폭 6cm의 라이트 슬릿이 반복됩니다. 블록과 블록 사이를 가르는 이 틈은 구조 슬라브를 분절하면서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입니다.
직사광이 아니라 확산된 빛이 증기 속을 통과하고, 편마암 벽을 타고 물 위에서 반사됩니다. 슬릿은 채광 장치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구조와 빛을 동시에 드러내는 공간 장치입니다. 천장이 떠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드는 것도 이 분절 덕분입니다.
재료는 이 지역에서 채석한 편마암을 얇은 켜로 잘라 적층했습니다. 15cm 단위로 구성된 세 가지 적층 프로토타입을 교차시키며 표면에 미세한 리듬을 만들어요,
이 반복과 변주의 균형이 벽을 장식이 아닌 구조적 풍경으로 만듭니다. 전통 샬레에 쓰이던 돌이지만, 테르메 발스에선 마감이 아니라 환경입니다. 물에 데워진 돌의 온도, 촉감, 수증기와 만나는 질감까지 포함해 재료가 공간 경험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전면의 개구부를 통해 보이는 알프스 풍경도 절제되어 있습니다. 어디서나 열려 있지 않고, 특정 위치와 시점에서만 드러납니다. 풍경을 과시하지 않고,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감각 구조의 일부로 작동하게 작업해 둔 것도 인상 깊습니다.
그래서 테르메 발스는 아이코닉한 형태로 기억되지 않아요. 대신 단면의 지층화, 삽입, 블록의 분산 배치, 슬릿 채광, 지역 석재의 구조적 사용이라는 명확한 전략이 몸의 감각으로 경험 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이 듭니다.
온천이라는 행위를 하나의 공간적 의식으로 재정의한 프로젝트라고 평가 받습니다. 이후 수많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구요.
스파가 얼마나 멋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게 경험 할 수 있는 지 묻는 건축물, 한번 방문해 보시겠어요?
사진
사진 : @youngkw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