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매스스터디스 신작, 더한섬하우스 서울 공개

건축가 매스스터디스

지도에서 보기 더 한섬 하우스 서울 · 서울 강남구

오늘은 2월 6일자로 새롭게 공개된 더한섬하우스 서울을 보기 위해 강남 대치동으로 향합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다녀간 이후라, 건물의 외형이나 층별 프로그램, 리플렛에 적힌 정보들은 충분히 공유되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무엇이 들어와 있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나열하기보다는, 이 건축을 설계한 매스스터디스가 어떤 언어를 축적해 온 집단인지, 그리고 그 언어가 강남이라는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오늘은 더한섬하우스 서울을 하나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매스스터디스가 오랫동안 쌓아온 건축 언어가 강남이라는 장소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따라가려는 시도라고 보셔도 좋겠습니다. 특히 최근 근작인 서울시네마테크와 나란히 놓고 보면, 이 프로젝트가 놓인 계보가 비교적 또렷해집니다.

매스스터디스의 건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이 팀은 늘 ‘건축을 한 번에 설명하려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해 왔다는 점이 떠오릅니다. 조민석 소장님이 자신의 건축을 바둑에 비유해 온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하나의 완결된 선언이라기보다, 그 시점에 놓이는 하나의 수라고 생각하는데요. 즉, 전체 판세를 미리 설명하기보다, 주어진 조건에 반응하며 다음 수를 신중하게 두는 방식입니다. 한 강연에서는Urban Acupuncture (도시의 침술) 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했구요.

더한섬하우스 서울 역시 이러한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 건축물은 분명 리테일 공간이지만, 쇼핑몰처럼 빠르게 파악되거나 소비를 중심으로 조직되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 어떤 용도의 건축인지 단번에 읽히지 않고, 사이니지도 주출입구에만 최소한으로 제시됩니다. 지하 1층부터 상부까지 수직으로 프로그램이 쌓여 있지만, 이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어디에 있느냐보다 그 사이를 어떻게 이동하게 되는지입니다.

이동의 방식도 고정되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선택해도 되고, 지하층부터 2층까지는 주차 램프 상부에 생겨난 계단을 통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어떤 층에서는 브랜드에 집중하게 되고, 어떤 층에서는 잠시 앉아 머물게 되며, 또 어떤 구간에서는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프라이빗한 공간은 접근이 제한되기도 하구요. 보이드와 테라스, 수직 동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동안 각각의 장소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체류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조정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더한섬하우스 서울에서 새롭게 등장한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매스스터디스는 이전 작업들에서도 반복적으로 프로그램 그 자체를 넘어 프로그램 사이의 공간까지 함께 설계해 왔습니다.

송원아트센터에서는 전시장보다 계단과 중정, 레벨 차에서 경험이 발생했고, 원불교 원남교당과 스페이스 K에서도 동선과 여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더한섬하우스 서울은 새로운 리테일 유형을 발명했다기보다, 매스스터디스가 오랫동안 다뤄온 ‘사이의 공간’을 리테일이라는 언어로 번역했다고 생각해요.

이 지점에서 서울시네마테크와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시네마테크 역시 극장이라는 명확한 프로그램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건축의 핵심은 극장 그 자체과 그 사이에 만들어진 공간들에 있었습니다.

극장 매스를 수직으로 분절하고 그 사이를 공공적인 영역으로 풀어낸 방식은,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서 경험이 발생하도록 만드는 전략이었죠. 더한섬하우스 서울 또한 핵심 기능은 분명하지만, 이 건축의 성격은 여백과 이동의 리듬 속에서 형성됩니다. OMA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솔리드 보이드의 개념도 함께 떠오릅니다.

강남이라는 맥락에서 이 선택은 더욱 흥미롭게 읽힙니다. 강남의 리테일 건축이 대개 과잉된 이미지나 즉각적인 상업적 메시지로 자신을 드러내왔다면, 더한섬하우스 서울은 빠르게 읽히는 제스처를 택하지 않습니다.

재료의 밀도와 구조가 드러나는 방식, 공간을 나누는 태도를 통해 비교적 절제된 언어로 존재감을 형성합니다. 이는 강남을 부정하지도, 그대로 따르지도 않는 중간 지점의 선택처럼 보입니다. 맥락 속에서의 해석이라고 봐도 좋을까요?

상부로 갈수록 외부 공간이 열리고 자연광이 깊숙이 스며드는 구성 역시 인상적입니다. 카페 공간에 이르러서는 마주하는 자연이 장식이 아니라, 머무는 경험을 변화시키는 조건으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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