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사

힐튼서울 자서전 | 도시가 기억하는 건축의 시간

The Autobiography of Hilton Seoul

2025.09.25 – 2026.01.04

지도에서 보기 피크닉 Piknic · 서울 중구

서울 도심, 남산을 배경으로 한 자리에 오래도록 묵직하게 서 있던 건물이 있었습니다.
1983년 문을 연 ‘힐튼서울’. 40년 넘게 도시의 풍경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품어왔죠.
(마지막까지는 ‘밀레니엄 힐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세계은행 총회, 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의 공식 무대이자,
누군가의 결혼식과 가족의 주말 식사, 비즈니스 미팅과 외국인 관광객의 첫 숙소까지.
힐튼서울은 오랫동안 ‘서울의 품격’을 상징하는 장소였습니다.

이제 그 건물은 철거를 마치고,
그 자리에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의
새로운 복합개발 ‘이오타 서울 원(IOTA Seoul One)’이 들어섭니다.
(리츠칼튼 브랜드의 입점 소식도 전해지고 있죠.)

그 급진적 변화를 앞두고, 회현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은
이 건축의 생애를 한 권의 자서전처럼 펼쳐 보입니다.
(피크닉은 기존의 제약회사 사옥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사례인데,
힐튼의 철거사례와 새롭게 생명을 이어가는 피크닉의 공간과 여러모로 대조되기도 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했던 전성기의 완성된 힐튼의 모습보다 건물의
해체의 장면이 먼저 맞이합니다. 철거 현장에서 건져 올린 벽돌과 조명, 의자 조각들,
그리고 아트리움을 덮었던 트래버틴과 브론즈의 표면. 그 위엔 세월이 새긴 질감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건축의 파괴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기억이 다시 형태를 갖추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도면과 서신, 인터뷰, 사진, 그리고 3D 스캔 데이터까지
하나의 건축이 태어나고, 수정되고, 사라지기까지의 궤적을 시간의 층위로 쌓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힐튼서울의 설계자는 김종성 건축가(1935~) 입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근대건축의 거두 3인중 한분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에게 직접 배웠고,
한국인으로서 IIT에서 학장 서리까지 맡았던 한국 모더니즘 1세대 건축가이기도 합니다.

1978년, 힐튼서울 프로젝트를 위해 귀국한 그는 미국에서 배운 근대적 건축 언어에 한국의 미감을 더했습니다.
그 결과 완성된 힐튼서울은 모더니즘이라는 양식을 넘어선, ‘절제된 품격’이라는 미덕을 공간으로 번역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스스로도 가장 최고의 작업으로 뽑을 만큼요)

《힐튼서울 자서전》은 과거를 복제하지 않고, 오히려 사라진 건축이 어떻게 기억으로 남는가를 묻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호텔의 시간과 장면을 새롭게 번역했죠. 벽돌은 조각으로, 기록은 빛으로, 시간의 흔적은 예술의 형태로요

전시의 마지막에 이르러선 매년 겨울, 힐튼의 상징이던 크리스마스 자선열차가 다시 움직입니다.
가슴 뛰던 그 열차와 남산의 풍경, 그리고 그 뒤편으로 등장하는 호텔의 모형은 CAC의 섬세한 큐레이팅이 돋보이는 순간이라 생각이 들었구요.

남산 아래의 풍경은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좇는 도시 속에서 건축은 나약한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전시는 기념하는 회상이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의 기억력을 시험하는 일처럼 다가옵니다.

건축은 언제나 사람과 시간을 담는 그릇이고, 그 안의 일상과 감정은 결국 한 시대의 표정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 장소: 피크닉 Piknic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 기간: 2025.09.25 – 2026.01.04 (월요일 휴관)
⏰ 시간: 10:00 – 18:00 (입장 마감 17:00)
🎟️ 예매: 네이버예약, 2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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