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소식

‘과학의 성전’ —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신작 공개

Shenzhen Science & Technology Museum

건축가 자하 하디드

지도에서 보기 선전 과학기술관 · 중국 선전

오늘은 DDP의 건축가로 잘 알려진 자하 하디드(현재는 타계), 그녀가 이끌었던 사무소 ZHA(Zaha Hadid Architects)의 최신작을 만나러, 선전 광밍구의 과학공원으로 향합니다.

광밍역에 내리면 도시의 끝자락과 공원의 시작이 맞닿은 자리, 유려한 곡선을 품은 거대한 매스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도시 쪽에서는 단단한 구체처럼 보이다가, 공원 쪽으로 돌아서면 곡선이 파도처럼 흘러가며 테라스로 변주됩니다.

이 테라스는 실내 전시를 야외로 번져나가게 하고, 과학공원의 녹지와 시선을 이어주는 형태인데요, 평소 ZHA 건축의 특징인 ‘경계 없는 형태’를 선전의 기후·지형에 맞게 새롭게 구현한 모습입니다.

이곳은 2025년 5월 1일 문을 연 선전 과학기술박물관. 개관 3개월 만에 100만 명이 넘는 발걸음을 끌어모으며, 과학과 기술, 문화의 허브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ZHA의 수장 페트릭 슈마허(Patrik Schumacher)가 이론화한 파라메트리시즘(parametricism)은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그 힘을 발휘합니다.

파라메트리시즘은 단순한 조형 기법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 도시의 스카이라인, 인접 공원의 흐름, 방문객의 동선, 기후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하나의 ‘살아있는 형태’로 빚어내는 방식이죠. 이 박물관의 유려한 외피와 테라스 구조는 바로 그 매개 알고리즘의 결과물로 보입니다.

해당 공간의 경험은 중앙 아트리움에서 시작됩니다. 발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갤러리, 공중에 매달린 전시실, 그리고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공원의 녹색.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과학이 만들어낼 ‘다음 장면’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고 하는데요,

128,000㎡가 넘는 규모 안에는 상설·기획 전시관, 몰입형 극장과 디지털 시네마, 연구소·교육시설·혁신센터가 들어서 있습니다. ‘전시를 보는 곳’이 아니라 ‘과학이 태어나는 실험실’이라는 점에서, 이 전시공간은 도시를 향한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외피는 깊은 블루에서 은빛 그레이로 번져가는 스테인리스 스틸. 듀얼 컬러 기술이 나노 산화막으로 색과 질감을 완성했습니다. 햇빛에 따라 입면 위를 흐르는 빛은 마치 행성이 궤도를 그리듯 하루의 시간을 기록하죠.

선전의 아열대 기후에 맞춰 건물은 태양열 획득을 최소화했고, 스테인리스 패널과 환기 캐비티가 직사광선을 차단한다고 합니다. 지붕 위 태양광 패널, 빗물·중수 재활용 시스템은 연간 물 사용량과 전력 수요를 절반 가까이 줄이며, 지속가능한 도시 건축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구요.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어촌이었던 선전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하이테크 전진기지로 급부상했습니다. 홍콩과의 지리적 인접성, 대규모 제조·R&D 클러스터, 그리고 광둥-홍콩-마카오 그레이터 베이 에어리어라는 초광역 네트워크 속에서, 선전은 ‘실험하는 도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맥락 속에서, 이 과학기술박물관은 전시 공간이 아닌 ‘도시의 두뇌’이자 ‘혁신의 상징’으로 기능하기를 의도되었다고 합니다.

파라메트리시즘의 흐름과 선전의 기술·지리적 강점이 맞물리며, 이 전시공간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도시 아이콘이 됩니다.

공원의 초록과 도시의 에너지,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서사가 이 한 건물 안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네요.

*덧붙이자면 몇년 전 공개된 CG와 별 차이가 없는 실물에 한번 더 놀라게 됩니다..

📍 중국 광둥성 선전시 광밍구 | Shenzhen Science & Technology Museum
📐 건축 설계: Zaha Hadid Architects
@zahahadidarchitects

사진

  • 사진: (C) Xiu Liang, (C) Virgile Simon Bert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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