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여행하는 도시 여행자들을 위한 집
아르뎁
오늘은 서울 한복판, 도심 중구의 골목 안으로 떠나봅니다.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빼곡한 간판 뒤편에,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가곤 하던 60년 된 작은 여관이 건축가의 손을 거쳐
저는 서울에 살고 있어 이 도시가 여행지일 거라는 생각을 잊고 살곤 하는데요,
서울을 대표하는 DDP와
문을 열고 현관을 지나 리셉션에 서면, 이곳이 과거의 오래된 여관이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됩니다. 건축가는 덧씌워진 마감재를 한 겹씩 벗겨내며 건물의 본래 뼈대를 확인했고, 낡은 골조 위에 되도록 균일한 조건을 입히려 애썼다고 합니다.
오래된 건물답게 각기 다른 모서리 각도와 불규칙한 치수를 맞추다 보니, 결국 기존 객실의 절반 남짓인 8개의 객실만 남겼지만 대신 모든 방에 햇빛과 바람이 들도록 배치했습니다.
체크인 후 잠시 짐만 내려두고 길로 나설 수도 있고, 노트북 하나 펼쳐 서둘러 작업을 끝낼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숙소가 어지러울수록 여행가방을 풀어 헤치는 시간이 길어지지만, 이 공간은 모두 비슷한 가구와 수납 시스템 덕분에 방마다 동선이 자연스레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진입하자마자 만날 수 있는 1층에는 여행자의 거실이자 동네의 쇼윈도처럼 꾸민 공용 라운지가 자리합니다. 큰 창이 골목 풍경을 시원하게 들여오고, 그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여정을 계획하거나 정리할 수 있겠네요. 서울 도심을 촘촘히 돌아다니는 이들에게는 객실과 번잡한 도시 사이의 애매한 이 경계가 매력적인 전이 공간이 될 수도 있고요.
모든 객실은 2인실이지만, 특히 제가 묵은 3층에서는
창 앞 테이블에 앉아 원고를 작성하며 도심 속 골목의 낮은 지붕을 내려다보면, 비좁은 여관이었던 과거가 오히려 포근한
이 공간은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사이 어딘가의 모습을 택했습니다. 거창한 서비스를 내세우기보다 소탈함으로 여행의 하루를 평화롭게 감싸주는 선택지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서울 도시여행자라면, 낡은 골목 풍경과 현대적 편의가 교차하는 이곳의 리듬 덕분에 관광지 근처인데도 이상하게 고즈넉한 밤이라는 묘한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번잡한 도시를 떠나 홀로 원고를 작성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다음 번 서울 여행에서, 하루 계획 사이 빈틈이 생기거든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구성: 8개
건축
@stayarchit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