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경주,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온전한 휴식을

깃티 경주

지도에서 보기 깃티 경주 (진평왕릉 인근) · 경북 경주시

물결처럼 조용히, 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공간. 오늘은 경주 보문마을의 한 귀퉁이에 숨겨진 숙소 ‘깃티(Gitti)’로 떠나봅니다. ‘깃티’는 경상북도 방언으로 ‘귀퉁이’를 뜻한다고 해요. 이름처럼 이 숙소는 삼거리의 모서리에 해당하는 비정형의 대지 위에 놓여 있고, 건축가는 이 땅의 형상과 주변 맥락, 풍경과 분위기를 그대로 수용한 채, 정제된 건축 언어로 비일상적이면서도 환대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깃티는 본채와 별채,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마당으로 구성됩니다. 본채는 박공지붕(일반적인 주택 하면 떠오르는 삼각형 지붕 형태)과 목조 구조, 별채는 콘크리트 평지붕을 택해 전통과 현대의 건축 언어가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특히 도로와 맞닿아 길게 뻗은 본채의 매스는 전통 한옥의 ‘문간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입니다. 과거의 문간채가 잠깐 머무는 공간이었다면, 오늘날의 ‘스테이’ 유형으로 새롭게 해석해 환대의 영역으로 확장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외장재는 송판 무늬가 새겨진 노출 콘크리트(콘크리트 거푸집에 나뭇결을 살린 방식)를 사용했습니다. 이 거칠고 규칙적인 질감은 내부의 목재 합판 마감과도 연결되며, 시각적으로도 일관된 인상을 줍니다. 간판, 사인, 조향, 조명 디자인에까지 건축가의 의도가 깃들어 있어, 공간 전체가 하나의 언어로 묶이는 투숙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체 연면적은 약 135.39㎡로 작은 규모지만, 구성은 밀도 높고 풍성합니다. 본채 내부는 도로 쪽으로는 문이 없어 자칫 답답할까 염려했지만, 오히려 마당을 중심으로 열린 구조 덕분에 자연 채광과 바람이 내부로 흐릅니다. 모든 실은 마당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침실은 하늘을 향해, 거실은 드넓은 마당을 향해 열려 있어 처마 아래에서 머무는 듯한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별채 역시 폴딩도어(접이식 문)를 통해 마당과 연결되며, 곳곳에 배치된 낮은 창은 시선을 자연으로 확장시킵니다.

실내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원목으로 마감되어 따뜻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나뭇결이 살아 있는 판재를 결 방향에 따라 배열해 목재의 물성을 극대화했고, 반대로 욕실과 침실에는 거친 철평석을 사용해 물성과 질감의 대비를 연출했습니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도 두 가지 물성을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조명은 고소미 작가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한지 플로어 램프와 벽등이 사용되었으며,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공간의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깃티가 특별한 이유는, 보문호나 시내의 주요 관광지에서 살짝 떨어져 있지만 진평왕릉이 도보 1분 거리인 점. 관광이 마치 산책처럼 느껴지는 이 위치는 비일상의 시간을 보내는 방문자에게 친근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살짝 비켜나, 고요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 깃티는 도시의 가장자리에 놓인, 작은 쉼표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바쁜 도시를 떠나 전국을 돌아다닐 때면 이런 장소를 하나쯤 마음속에 담아두고, 경주에 들를 일이 있다면 또다시 들러보고 싶네요. 이곳에서 저는 저만의 귀퉁이 같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초대를 받아 다녀왔습니다.

건축 설계 : 스테이 아키텍츠 (STAY ARCHITECTS)
@stayarchitects
조명 디자인 : 고소미
@somidang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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