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은 사유의 유형이자 성품이다. 눈앞의 모든 것에 숨어있다. … 막은 감각적이고 직감적이다. 완벽함의 오만함 없이 사람이란 창조의 순수한 수공예가 물질의 형태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경직된 원칙에 집착하기보다는 창조 행위를 찬미한다.“
“내가 볼 때, 한국의 세계관은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통해 분명히 나타난다… 한국 문화의 특수한 상황은 이러한 것이다. 많은 다른 국가가 갖고자 노력하는 세련됨에 대한 엄숙한 포기…”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던 조병수 건축가는 세련된 백자보단 막사발의 ‘막’의 개념이 한국의 건축을 정의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드러내는 건축가입니다.
막사발의 ‘막’은 ‘거친’, ‘품질이 낮은’, ‘닥치는 대로’라는 뜻의 접두사인데요, 그러나 조병수 건축가가 추구하는 막사발 같은 건축에서의 ‘막’은 질이 낮다는 것과 거리가 멉니다. 이 건축가의 작업을 보면 그가 구현하는 ”거침“에는 수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수공예적 규율 (건축적 디테일) 들이 담겨 있습니다.
막사발은 건축과 마찬가지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았을 때 막사발은 위로 열려있고 4면은 닫혀있는 ‘단일 공간‘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요, 이 막사발 같은 ’단일 공간‘의 건축이자 ’절제된 박스‘ 그러나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이 건축가가 두개의 오래되었지만 다른 성격의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해 만들어 낸 ‘갤러리 유스퀘이크’ 가 서촌에 문을 열었습니다.
’유스퀘이크‘ 에서는 현재 덴마크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폴 케홀름’의 디자인 아카이브 자료, 희귀 제품 등 귀중한 디자인 유산을 처음 선보이는 전시 〈폴 케홀름 Poul Kjærholm〉 전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해당 전시는 오래된 목조 건축물과 기존에 존재했던 상업 건축물에서 마감재를 의도적으로 뜯어내 노출된 거친 외피를 가진 콘크리트 박스, 두 개의 건물 모두(A동, B동)를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재 건축물로 시작된 전시는 거칠게 내버려둔 것 같은 나무 널판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 아래에, 목재 중심의 가구 시장에 스틸 가구 컬렉션을 제시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폴 케홀름의 졸업 작품 ‘PK25’와 그의 일대기가 제시 되어있습니다.
본인을 ‘가구 건축가’라고 표현했던 폴 케홀름의 스틸 ‘가구 건축’의 작업물 의자와, 오래되고 거친 목재 건물을 갤러리로써 단순히 공간 제공자의 역할만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들여 가치를 내포하는 나무 상자를 만든 조병수 건축가의 ’막‘ 건축의 병치는 서로를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전시장의 건축물인 거친 콘크리트 박스는 기존 그 자리에 있었던 평범했던 상업 건축물의 외피 (마감재)를 뜯어내고 적재적소의 위치에 창을 내거나 뚫려 있던 부분은 오히려 막아 버리는 등, 상업적(임대를 위한)으로 만들어진 단일 공간을 변형시키며 아름다운 서촌의 풍경을 박스 안으로 적절히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낮은 높이로 가구를 만들어 공간 속의 사물들을 더 크게 경험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주변의 사소한 물건을 비워내게 하였던 폴 케홀름의 ’가구 건축‘의 의도와 조병수 건축가의 간결한 공간, 그리고 끌어 들인 서촌의 풍경이 어우러져 가구를 체험하면서 동시에 공간의 경험 또한 강화 되었습니다.
목재와 수공예의 시대 속에서 기술의 발전과 기계 생산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재료 스틸 가구만의 새로운 미학을 찾아내어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덴마크 모더니즘 가구의 거장 폴 케홀름의 세련된 가구 건축의 철학과, 산업화와 거대 도시화가 이미 진행되고 팬시함이 주류가 된 서울에서 오히려 세련됨과 반대되는 거칠고 투박한 ‘막’의 건축을 작업하고 있는 조병수 건축가의 공간은 양 극단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서로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유스퀘이크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25 유스퀘이크
✅ 화 - 일 11:00 ~ 19:00 (월 정기 휴무)
💵 입장료 9,000원
🚙 주차불가
건축 설계 : BCHO Architects Associates (조병수 건축연구소)
@bcho_partners
@byoungcho_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