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다시 지은 타워
오늘은 25년 전 사라진 쌍둥이 빌딩이 잠시 돌아온, 뉴욕 하버의 밤하늘로 떠나봅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빛 하나씩이었죠. 드론들은 미노루 야마사키가 설계한 옛 트윈타워를 실제 건축 규모 그대로 하늘에 그려냈습니다.
작품의 이름은
스스로를 드론 라이트쇼의 원조라고 소개하는 암스테르담의 스튜디오 Drift가 예술 자문으로 참여했고, 건축가 반 시게루와 딘 몰츠가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총괄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애디슨 메어, 쇼 디자인은 네덜란드의 디지털 아티스트 얀 폴 두벨만, 제작은 스카이 엘리먼츠가 맡았구요.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당시 구조대원들도 기획 과정에 함께했다고 해요.
이 쇼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탑이 완성되기 직전의 장면이에요. 드론은 처음부터 트윈타워 모양으로 뜨지 않습니다. 별자리처럼 흩어져 있다가, 위로 감아 오르는 두 개의 나선이 되고, 그다음에야 천천히 익숙한 탑의 윤곽으로 모여듭니다.
이 나선에는 이유가 있다고 해요. 2002년 그라운드 제로 재건 공모에서 라파엘 비뇰리, 반 시게루 등이 꾸린 THINK 팀은
24년 전 지어지지 못한 건축이 빛의 형태로 잠시 뉴욕의 하늘에 섰었죠.
드론을 딱 2,977대로 맞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작사는 드론이 더 많았다면 탑을 더 정교하게 그릴 수 있었겠지만, 숫자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디테일을 덜어내더라도 한 사람의 빛을 지키는 쪽을 택한 거죠. 멀리서는 하나의 건물인데, 가까이 볼수록 2,977개의 점으로 흩어지는 이미지. 거대한 상실 속에서 개인을 지우지 않으려는 장치로 읽혔구요.
이 정도 규모의 드론을 띄우려면 약
원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가 아니라 물 위를 택한 것도, 아래쪽 사람과 차량을 통제해야 하는 안전 문제 때문이었구요.
날짜가 9월 9일이 된 데에도 사연이 있었네요. 추모일 전날 밤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비행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시험 점등 중이던
FDNY 구조대원 출신 작가 브렌다 버크먼은, 2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인 1억 명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없다고 말합니다. 기념비는 보통 돌과 청동으로 오래 남기를 바라지만, 이 기념비는 몇 분을 머문 뒤 불을 끄고 내려앉았습니다. 건축은 때때로 단단한 구조물보다, 하룻밤을 위한 감정의 장치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여러분은 추모의 건축이 오래 남는 쪽에 마음이 가시나요, 아니면 이렇게 잠시 떠올랐다 사라지는 방식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