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소식

한국건축가도 잘한다.

건축가들이 바꿀 서울의 모습들

오늘은 서울의 내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서울시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모았는데요. 거대한 해외 스타 건축가의 이름이 아니라, 한국 건축가들의 이름으로 서울의 풍경이 바뀌는 프로젝트를 더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제2세종문화회관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designcampmoonpark_dmp

여의도공원 북측, 한강변에 들어설 연면적 66,000㎡의 복합문화시설입니다. 1,800석 대공연장과 800석 중공연장을 각각 한강과 공원을 향해 배치했고, 공연표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야외무대와 개방형 옥상 전망대가 계획되어 있어요. 시민 400여 명 앞에서 공개 프레젠테이션으로 심사가 진행된 점도 특별했죠. 2029년 준공이 목표라고 합니다.


서울창업허브 관악

건축사사무소 품사 (온진성) @pm_sa.kr

옛 신림3공영차고지 부지가 딥테크 창업 거점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당선작 ’비워진 길모서리, 세 개의 건물군‘은 건물을 세 개의 매스로 나누고, 대지의 모서리를 비워 고밀도 저층주거지에 작은 공원을 내어줍니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으로 답한 제안이죠. 78개 작품이 접수된 이번 공모는 2차 발표심사에 AI 음성변조 기술을 도입해 완전한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됐다고 해요. (공공건축 공모 최초라고 합니다. 목소리마저 가린 심사라니, 흥미롭습니다.)


광장동 복합체육시설

(주)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 @kawa.archi
× 건축사사무소 이색 (박찬규) × 디디건축사사무소 (이정섭)

국제경기장 규모의 대공간을 목구조로 제안한 당선작입니다. 목재와 철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의 원형 경기장인데요. 심사평에서 ”실제로 지어진다면 한국 건축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 될 것“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국내에서 전례가 드문 스케일의 목구조 도전입니다. 지붕 위까지 공원이 이어지는 ’Living Ground‘ 개념도 눈여겨볼 지점이구요. (가와건축은 오랫동안 목조건축을 다뤄온 사무소죠. 축적된 시간이 만든 당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서울문화플라자

(주)디림건축사사무소 (김선현) @dlimarch

’책을 보다‘와 ’경기를 보다‘를 같은 ’보다‘로 읽어낸 제안입니다. 도서관과 체육시설이 십자형으로 교차하고, 그 바깥을 원형의 산책로가 감쌉니다. AI 시대의 도서관은 지식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백하게 공간으로 번역됐어요. 사방 어디에서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배치도 기대됩니다.


서울시 다목적체육센터 (방배동)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송민준) @interkerd_architects

절개지에 고립된 땅에, 잘려나가기 전 원래 지형의 흐름을 지붕으로 되살린 안입니다. ’원지형에 대한 오마주‘라는 개념이 경사 지붕으로 이어지고, 그 아래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입체적인 공유 라운지가 펼쳐집니다. 새 형태를 만들기보다 땅의 기억에서 형태를 찾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섯 프로젝트를 나란히 놓고 보니 공통점이 보입니다. 가장 높은 건물, 가장 눈에 띄는 형태가 되려 하기보다, 비우고 열고 잇는 방식으로 도시에 답하고 있다는 것, 해외 건축가들에게 인식되는 아이코닉함과는 반대되는 언어들을 들여다 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물론 조감도와 투시도만으로 도시가 만들어지지는 않겠지만, 이 그림들이 예산과 일정을 견디고 실물로 완성되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그리고 공공건축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시민 400명 앞의 공개 심사도, 목소리까지 가린 블라인드 심사도, 결국 지켜보는 눈이 많을 때 의미를 갖는 장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공모가 좋은 도시를 만들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심이 공모를 더 공정하고 단단하게 만든다고 저는 믿습니다. (한해 공공건축 수주액 53조 원의 주인은 결국 우리 모두이기도 하구요.)

여러분은 다섯 곳 중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기대되시나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사진

  • 각 당선작 조감도 및 투시도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 건축사사무소품사 / (주)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 (주)디림건축사사무소 /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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