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백제의 우주를 담은 한 점, 그리고 그것을 위한 공간

국립부여박물관 ‘백제대향로관’ 개관

지도에서 보기 국립부여박물관 · 충남 부여군

국립부여박물관이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한 점을 위한 전용 전시관, ‘백제대향로관’을 12월 23일 정식 개관했습니다.
이 전시는 한국에서 단 하나의 유물을 위해 지어진 영구 건축 전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6~7세기 백제 사회의 철학·종교·예술·우주관이 하나의 조형으로 응집된 걸작이죠 (반가사유상과 함께 국보 중의 국보라는 평가를 받곤 하죠) 용과 봉황, 산과 물, 신선과 동물, 그리고 다섯 명의 연주자까지 다층적 상징을 갖춘 이 향로는 그 자체로 백제인의 세계관을 미니어처 형식으로 압축합니다.

이 향로는 1993년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되어 1996년 국보로 지정되었고, 지금까지 국립부여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이번 전용관은 그저 유물을 넣어둔 ‘보관실’이 아니라, 국보에 걸맞는 전시 공간 전체가 백제 금동대향로의 조형과 철학적 구조를 재해석하는 건축 언어로 설계되었다고 해요,

3개층으로 이루어진 전용관의 1층은 수중 세계를 모티프로 한 미디어 아트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3층의 감상 공간은 산악과 천상 세계로 이어지는 듯한 구성입니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유물의 존재를 앞에 두고, 빛·소리·향을 동시에 경험하며 감각적으로 ‘향로의 세계’로 진입하게 합니다.

도달한 백제대향로를 전시하는 방에선 빛은 어둠 속에서 향로만을 비추고, 은은한 향과 음악은 관람자의 오감을 천천히 일깨웁니다.
벽을 따라 설치된 일체형 벤치에 앉아 유물과 공간을 동시에 ‘머무르듯’ 바라보는 방식은 전통적인 박물관 관람과 확연히 다른 체험적 공간 전략을 제시하네요.

이번 전시 공간의 공간 설계는 WGNB(@wgnb.kr) 가 담당했습니다. 총괄 설계자인 백종환 디렉터 (@jonghwan_baek_wgnb)는
전시석과 건축, 감각적 경험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며 이곳의 공간을 유물과 관람자의 관계 맺음 그 자체로 전환했다고 해요.

국립부여박물관 자체는 사비 백제의 중심부에 자리해 백제 문화를 전시·연구하는 역사 공간의 거점입니다. 원래 이 박물관의 초기 건축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의 작업 맥락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부여라는 장소 자체가 ‘백제 문화의 맥락적 터’임을 건축적으로 확증해 줍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 방을 ’치유의 방‘이라고 평가 했는데요, 사유의 방을 이어서, 국가유산의 격에 맞는 공간적 대우를 하는 전시관을 보러 부여로 떠나보시는건 어떨까요?

단 한 점을 위한 공간이라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건축공간이 궁금하다면?

@space.text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