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탐방 영상

스위스 건축가가 만든 한옥

주한스위스대사관 | 스위스 한옥

<SOIL> 전 : 2025. 04.06 - 2025. 04.17 · 🏆️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 🏆️ 한국목조건축대전 ‘대상’

지도에서 보기 주한스위스대사관 · 서울 종로구

오늘은 한옥을 멋지게 재해석한 스위스땅으로 가기위해 종로구 송월동으로 떠나봅니다. 이번 공간은 스위스대사관 공간으로 ‘SOIL’전과 함께 2주간 개방됩니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은 원래 조선시대 돈의문 바깥 성곽 아래에 있던 마을로, 빈민층이 주로 머물렀던 곳이라고 해요, 일제강점기 이후 전차가 들어서고 외국인과 선교사 등이 유입되면서 한옥, 일본식과 서양식 문화주택 같은 근대 건축물이 골고루 자리하게 되었지요.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건축 양식과 생활상이 쌓이면서 다양한 도시의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기도 했구요.

2003년부터 이 지역이 돈의문 뉴타운 대상지로 지정되면서, 과거의 흔적들은 대부분 철거되고 1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새롭게 들어섰습니다.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만 남게 된 것이죠. 뉴타운에서도 매입되지 못한 몇몇 부지는 홀로 남았습니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부지도 바로 그중 하나로, 1974년부터 송월동 언덕 위를 지켜온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 대사관 건물은 노후화되고 공간 수요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2012년에 같은 필지에 새 건물을 짓기로 하고,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게 됩니다.

재개발된 아파트로 둘러쌓여 독립된 부지로 놓이게 된 이런 낯선 상황에서 대사관이라는 특수한 용도를 어떤 건축적 해법을 찾을지가 중요한 목표였다고 하네요.

당선안을 낸 스위스 건축가 니콜라 보쉐는 한옥이 지닌 전통 공간 구조, 특히 ‘마당’을 핵심 아이디어로 제안합니다.

한옥에서는 마당이 앞뒤·좌우의 방들을 유기적으로 이어주고, 동시에 자연과도 접속하는 중요한 매개 공간인것처럼, 새 스위스 대사관도 ㄷ자 형태 건물이 가운데 널찍한 안마당을 감싸고, 이 마당을 둘러싸며 외교·행정·문화 행사·주거 등의 기능을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재료와 디테일 면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송판 노출콘크리트 담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이는 스위스 건축에서 볼 수 있는 견고하고 절제된 무거운 물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반면, 안마당 쪽으로는 목재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고 처마도 깊이 내어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살렸습니다. 즉, 콘크리트와 목재, 양쪽 특성이 공존하면서 한국과 스위스 건축의 만남이 건물을 통해 드러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대사관 특성상 높은 담장을 설치해야 했고, 밖에서 보면 그저 콘크리트 벽과 철문만 보이기에 폐쇄적으로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탁 트인 마당과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어우러져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문화 행사가 열릴 때마다 참석자들은 이 넓은 마당을 자유롭게 누비면서 서로 교류하게 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유럽 광장을 닮기도 하고 전통 한옥 마당을 재현하기도 해서 무척 인상적입니다.

건물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층수도 지면 경사를 따라 3층에서 1층으로 점차 낮아지는 나선형 구성을 띠고 있는데요, 이는 기존의 송월동 지형의 순응하는 모습을 의도했다고 하네요. 새 대사관은 분명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과거 이곳 한옥과 골목이 보여주던 ‘어우러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여요. 마당이라는 전통적 공간 개념을 현대건축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다채로운 행사와 사람들의 흐름을 포용하는 유연한 장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급변하는 도시 재개발 속에서, 이 조용한 건물은 보안상의 제약을 지키면서도 가능한 한 열린 태도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정교한 디테일과 한국 전통 건축의 특징이 어우러진 이 대사관이, 앞으로도 도시의 오래된 기억과 다양한 문화행사로 한국인들의 일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남기를 바랍니다!

멋진 전시와 공간을 공개해주신 주한스위스대사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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