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이후의 서울, DDP 철거 제안에 대하여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완공 이후 줄곧 논쟁의 중심에 서 있던 건축입니다. 독특한 형태와 강한 상징성,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운영 성과에 대한 비판까지, DDP는 서울의 공공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평가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능해왔습니다. 그래서 이 건축을 둘러싼 논의는 언제나 지속 되어 왔죠.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한 출마 선언자가 제시한 DDP 철거 후 7만석 규모의 돔 아레나를 건설하겠다는 제안 역시 같은 맥락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기존 시설을 없애고 새로운 건축을 짓겠다는 주장이라기보다, 공공건축을 도시 정책의 성과와 실패를 가르는 상징으로 다루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 상징을 교체하는 방식이 과연 도시의 복합적인 맥락과 시간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하는 지점입니다.
DDP가 자리한 동대문은 하나의 프로그램이나 기능으로 설명될 수 없는 장소입니다. 산업 유산의 기억, 도매와 소매가 얽힌 상권, 관광과 일상이 겹쳐진 도시 조직 위에 공공건축이 덧씌워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소에서 공공건축의 역할은 랜드마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도시의 층위들을 조정하고 매개하는 데에 있습니다. DDP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한계를 곧바로
대체 시설로 제시된 7만석 규모의 초대형 아레나 역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됩니다. 대규모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를 수용하는 시설은 도시의 위상과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동시에 이벤트 중심으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한계를 지닙니다.
특히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할 경우, 비이벤트 시간의 활용 방식, 교통과 보행, 소음과 혼잡, 주변 상권과의 관계 설정 등 일상적인 도시의 패턴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결국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이 시설이 도시의 일상 속에서 어떤 밀도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계입니다.
민자 유치를 통한 재원 조달 또한 공공성의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부분입니다. 민간 자본이 투입되는 순간, 시설의 운영 논리는 자연스럽게 수익성과 흥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됩니다.
이때 공공건축은 도시를 위해 존재하기보다, 도시가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조정되는 구조로 전환될 위험을 안게 됩니다. 이는 기존에 비판받아온
DDP는 완벽한 건축이 아니었고, 분명 수정과 재해석이 필요한 지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없애느냐 남기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공공건축을 도시가 어떤 기준으로 재평가하고, 그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며, 다음 선택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과정입니다.
공공건축의 실패와 성취는 모두 도시의 경험으로 축적되어야 하며, 대체는 언제나 계승의 논리와 함께 설명될 때 설득력을 가집니다.
DDP 이후의 서울을 상상한다는 것은 더 크고 더 강한 건물을 세우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도시적 선택을 어떻게 정리하고, 공공건축을 어떤 태도로 다루며, 다음 결정을 어떤 기준 위에서 내려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제안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빠른 결론보다, 이 질문들을 충분히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는 신중함이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공공건축은 언제, 어떤 기준에서 교체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요?
많은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